김 원장은 "금연은 환자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금연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며 "심혈관 질환 등 고위험군 환자는 물론이고 감기나 장염으로 의원을 찾더라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금연 생각이 있냐고 꼭 물어본다"고 말했다.
금연 생각을 묻는 질문 자체가 평소 금연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도 '환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서울본내과는 8명의 원장 모두 비흡연자인데다 금연클리닉을 따로 운영하던 곳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금연치료 지원 사업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금연치료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의원으로 서울본내과를 추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제도 초기에는 프로그램 자체에 접속도 안되고 속도도 느려서 문진 자료 입력에만 30분 이상 걸리는 등 답답했다"며 "특히 초진환자와는 기본적으로 15~20분 넘게 상담해야 하는데 진료실 밖에 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면 속이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금연치료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병원 경영에 사실상 크게 도움 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흡연이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정부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10명에게 금연을 권하면 참여는 1~2명 정도. 그 참여도 '생각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는 수준이다. 10명이 참여를 결심했다면 절반은 12주 프로그램을 무사히 이수한다.
김 원장은 "금연을 시도해봤던 사람들의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더 높다"며 "기존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의사와 이미 관계가 형성돼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금연을 권하면 훨씬 더 참여율이 높다. 금연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금연을 생각하는 직장인도 부쪽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12주 동안 꾸준히 의원을 찾도록 하려면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첫 상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약 부작용, 금단증상 및 대처 방법에 대해 일일이 직접 종이에 쓰면서 설명한다"고 말했다.
설명 내용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다. 남성에게는 '담배를 끊으면 누가 가장 좋아할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가족 중심의 설명을 한다. 미혼여성에게는 임신, 피부노화, 구취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설명한다.
김 원장은 또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당사자와 가족에게 금연 다짐서를 함께 받는다. 그리고 동의서는 잘 보이는 데 붙여놓으라고 권한다"며 "힘들겠지만 참아보자는 격려의 말은 필수"라고 귀띔했다.
서울본내과가 금연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내과 전문의가 7명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금연 치료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면 다른 인력이 환자 상담을 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이 운영하는 의원이라면 금연치료에 집중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상담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는 직원 교육을 추천했다. 서울본내과는 2~3명의 직원에게 일주일에 2~3회씩 금연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금연상담 전담 직원을 두고 별도의 교육을 한 후 금연치료를 위한 문진표 작성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며 "문진표 작성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 입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직원과 원만한 합의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금연치료에 대한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연치료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상담 과정이 번거로운데다 수가 역시 낮아 의사들이 금연치료를 해야 할 의욕을 못 느끼고 있다"며 "상담을 비롯해 문진표 작성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수가는 처방전 비용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뱃값 인상에 따라 세수가 확대된 만큼 환자 배포자료나 직원 교육 지원, 수가 인상 같은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흡연자에 한해 폐암 조기 검진은 저선량 CT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연 치료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의원을 지정하고, 건보공단이나 보건소에서 안내해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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