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의학으로 비판받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삭감 근거인 '비용효과성' 원칙이 삭제 방침에서 유지로 급변경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내부 회의를 통해 요양급여 적용기준 개선을 위해 행정예고한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 항목 삭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요양급여 일반원칙(별표1) 1조 다 항목을 삭제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령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령안 예고 이후 여파는 컸다.
가장 큰 거부 반응은 의료기관 및 약국 건강보험 청구액 심사와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 급여기준 등을 전담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의료행위 청구액 삭감 근거인 '비용효과성' 항목 삭제는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 잣대 혼란과 더불어 수 십 년간 의료인 진료행위의 과도한 개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다.
또한 전문의약품과 치료재료 관련, 해당 업체와 가격 협상 및 급여기준에 엄격 적용된 비용효과성 항목 삭제는 다국적사의 가격 독점권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행정예고 마감 후 여파를 신중 검토했다.
일부 진보시민단체를 제외하곤 의약단체 어느 곳도 비용효과성 항목 삭제 관련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복지부 제출 의견서를 통해 "비용효과성 항목을 삭제한다면 치료효과성이 있더라도 과잉진료를 시행해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거나 비슷한 치료효과성이 있음에도 고비용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비용효과성 원칙 삭제로 이득을 보는 건 의료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비용효과성 급여기준 문구 유지이다.
다만, 별표 1조 다항 위치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쉽게 말게, 하위법령에 속해있던 조항을 모법에 명시해 요양급여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가 문구 위치를 상향 조정하는 이유가 있다.
별표 1조 다항인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문구에서 주체가 불명확하다.
해석에 따라 요양기관이나 정부 또는 보험자 등 다양한 유추가 가능하다.
복지부는 별표 내용을 규칙 제5조 제1항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비용효과성 항목 주체를 복지부 또는 보험자로 명시한다는 방침이다.
심사평가원 입장에선 요양기관 심사기준 잣대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심사평가 권한을 공고히 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심사평가원 달래기라는 시각이다.
비용효과성 조항을 유지하는 대신 문케어 관련 심사평가원 기능 전환을 가속화 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김승택 원장이 얼마 전 청와대 이진석 비서관에게 불려가 7월말까지 심사체계 개편을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실장과 부장, 차장 등 심사평가원의 사기는 대폭 저하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과거 전례도 봐도 청와대 비서관이 심사평가원 원장을 직접 불러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통상적으로 이사 또는 실장을 통해 전달했다"면서 "심사평가원 실장과 부장, 차장 그리고 노조까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비용효과성 항목을 삭제에서 유지로 선회하며 격양된 심사평가원 내부 분위기를 냉각시키겠다는 노림수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용효과성 항목 삭제를 놓고 의약단체와 업체 등 보건의료계 곳곳에서 문의가 이어졌다. 개정안 취지와 다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항목 삭제보다 문구 위치를 제5조로 이동하고, 주체를 명시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복지부의 간단한 법령 항목 삭제 행정예고에 심사평가원 전체가 겁먹은 이번 사태는 중앙부처 파워를 실감하면서 청와대와 정부, 산하기관의 역학관계와 생존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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