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번째 국산 신약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국산 신약의 세계화와 신약 강국은 숙제로 남았다.
품목 청구액 20위권 내에 국산 신약이 전무할 정도로 외자사 천하가 고착화되면서, 상위권에 포진한 국산 약의 품목 수 감소와 더불어 청구액 감소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2018년 1분기 국내/다국적 제약사 청구 품목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 20위 내에 국산 신약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위 품목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정으로 분기 실적 410억원으로 특허 만료 이후에도 전체 처방액 1위를 수성하고 있다.
10위권 내 국내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삼진제약이 이름을 올렸지만 오리지널 플라빅스의 복제약으로 신약은 아니다. 플래리스의 처방액은 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137억원 대비 7.1% 매출이 증가했다.
이어 11위에 종근당글리아티린이 133억원, 15위에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 125억원, 16위에 셀트리온제약 고덱스캡슐 120억원을 기록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제제의 도입 품목이고, 대웅바이오 품목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네릭이다. 고덱스캡슐 역시 개량신약이다.
대웅제약의 복합신약 알비스정이 104억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특허 만료와 함께 소폭 감소 추세다. 2016년 1분기 알비스정의 처방액은 115억원 2017년 1분기 104억원이었다.
이어 29위에 안국약품의 천연물신약 시네츄라시럽이 89억원 매출을, 37위에 SK케미칼 조인정이 78억원, 38위에 LG화학의 신약 제미글로정이 76억원을 기록했다.
개량/복합/천연물신약을 제외하고 엄밀한 의미의 합성신약에 해당하는 ▲슈펙트캡슐 ▲제피드 ▲카나브 ▲놀텍정 ▲펠루비 ▲자이데나 ▲듀비에 ▲슈가논 ▲자보란 등은 60위권 밖에 위치해 있다.
이런 기조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보험급여 의약품의 최근 5년간 청구실적 분석'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청구실적 상위 20대 품목 중 국내 제약기업 제품은 2012년 8개에서 2016년 4개로 줄어들었다.
20대 품목 중 해당 제품 개발사가 국내 제약기업인 경우 제품 수는 2012년 5개에서 2016년에는 3개로 줄었고, 청구액 역시 2012년 4,539억원에 서 2016년 2,248억원으로 2012년 청구액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상위권 점령 외자사 품목간 순위 변동 미미…급여 안착 면역항암제 성장세 주목
처방액 상위권에 속한 다국적제약사 전문의약품 순위는, 작년 동기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작년 하반기 폐암 급여권에 신속 등재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처방액은 큰 폭으로 늘면서 단숨에 100위권 진입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는 대목이다.
다양한 암종에서 처방 적응증을 넓혀가는 키트루다의 경우, 작년 4분기 33억8200만원에서 올해 1분기에만 51억3700만원(85위)의 처방액을 보이며 대형 품목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B형간염약 비리어드(테노포비르)와 고지혈증약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C형간염약 소발디정(소포스부비르)의 처방액 3강체체는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비리어드와 소발디라는 대형 품목을 보유한 간질환 전문 제약사 길리어드로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오는 11월 블록버스터 품목인 비리어드정의 특허 만료를 앞둔데다, 처방액 순위와 달리 C형간염 분야 완치 옵션으로 평가되는 소발디의 처방액이 꾸준히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발디는 급여권에 진입한 2016년 한해에만 832억원의 청구액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2017년 1분기 276억1400만원으로 처방액 3위를 기록한 이후 큰 폭의 처방액 감소를 보이고 있다.
작년 4분기 소발디정0.4g 품목은 188억4200만원으로 3분기 만에 90억원 가까이 처방액이 빠진 이후, 올해 1분기 역시 186억4800원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2017년 차트 역주행의 주인공인 리피토는, 올해에도 무난한 성장 곡선이 관측되고 있다.
벌써 1분기에만 10밀리그램 품목 240억8700만원, 20밀리그램은 104억600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2013년 당시 특허만료와 일괄 약가인하로 잠시 처방액이 주춤하는 듯 했지만, 90개에 이르는 제네릭간 경쟁이 심해진데다 이상지질혈증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진료현장에 오리지널약의 선호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10위권에 포진한 품목들 가운데서도 한국BMS제약의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정(엔테카비르)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약 트라젠타정(리나글립틴)은 처방액이 직전년 동기 대비 다소 늘었음에도 순위가 하락하는 모양새였다.
베스트셀링 품목인 바라크루드정0.5밀리그램은, 작년 1분기 처방액 5위(166억45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7위(167억7500만원)로 밀렸지만 처방액은 1억 남짓 늘어난 것.
트라젠타 또한 다빈도 처방약인 트라젠타정5mg 품목은 작년 1분기 9위(129억4500만원)에서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렸으나, 오히려 처방액은 133억3100만원(12위)으로 증가했다.
한편 진료현장에서 다빈도 삭감 대상 약물로 빠지지 언급되는 고가의 황반변성 치료제들의 처방액 변동도 주목된다.
선발 품목인 노바티스 루센티스(라니비주맙)의 경우 처방액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올해 4월 특허만료까지 겪은 뒤였다.
루센티스주10밀리그람 품목은 작년 4분기 47억200만원, 올해 1분기 43억4500만원을 기록하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경쟁 품목인 바이엘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는 시장에 리딩 품목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작년 1분기 63억4900만원(46위)에서 올해 1분기 80억9000만원(34위)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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