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처치와 사망 원인간에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무릎 관절 수술을 받다가 뇌경색이 일어나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를 주문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상당량의 수혈이 동반됐다는 점에서 저혈량성 쇼크로 환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으면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7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 환자가 A병원을 찾아 슬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고서 급작스럽게 기면상태에 빠져들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무기록지에는 환자가 흘린 피가 800cc로 기록돼 있었으며 수혈량은 500cc로 기재돼 있었고 수술을 마칠 무렵 자가수혈을 실시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기면상태에 빠져들자 A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와 심전도, 뇌 MRI 검사를 통해 뇌경색을 진단했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날 결국 환자는 저혈량성 쇼크나 뇌저동맥 폐색증후군, 고칼륨혈증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A병원이 출혈관리와 혈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뇌경색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이 모두 근거가 없다며 유가족들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고 이들은 이러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결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일정 부분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의사의 과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고법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망인의 출혈 양상을 볼때 주된 사망원인이 저혈량성 쇼크에 의한 심정지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술 이후 의식저하 등 뇌경색으로 인한 증상을 보였고 우측 경동맥의 협착이 있었으므로 뇌저동맥 폐색증후군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볼때 저혈량성 쇼크 가능성이 높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이외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명확히 결론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혈액응고장애가 망인의 출혈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고 이와 관련해 자가수혈로 인한 부작용도 의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자가수혈량이 환자 혈액량의 절반 이상으로 대량의 자가 수혈을 시행했을때 응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자문을 볼때 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또한 "유가족들은 뇌경색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예방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혈전의 생성과 출혈은 서로 상방되는 양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혈전형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5개의 항목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전원과정에서 응급조치 미시행,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명확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며 "이러한 주장을 기각한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를 모두 기간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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