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있다 보면 밤늦은 시간까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만나게 된다. 이들을 찾아가 차라도 한 잔 마시게 되면 괜한 ‘안쓰러움’까지 생기기도 한다. 매일 매일이 전쟁터 같은 곳이 바로 응급의료 현장이다.
때때로 실제 전쟁터에서처럼 소중한 인연을 잃기도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그렇다.
윤 센터장은 설 전날인 지난 4일 오후 의료원 내 센터장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아내와 직원들에게 발견됐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하루 앞둔 허망한 죽음이었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던 윤한덕 센터장이 연락이 없자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다음날 의료원을 방문해 직원들과 센터장 방에서 쓰러진 윤 센터장을 확인했던 것이다.
윤 센터장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연휴임에도 쉬지 않고 출근했다. 매일 매일 전쟁터 같은 응급의료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 윤 센터장이 직책을 내려놓고자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센터장이라는 직책이 오히려 자신이 꿈꾸고 생각하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이루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윤 센터장이 사망하기 전 주 그를 만났던 김건남 병원 응급구조사협회장은 "제도를 개선하는 데 센터장보다는 한 단계 낮은 팀장이 오히려 낫다는 이유에서 그만둔다고 하셨던 거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응급의료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의료 현장의 민낯은 그대로 드러났다.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서부터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 까지.
잊을 만하면 응급의료 현장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었고, 관련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책임지는 인물들은 국민들의 비판을 감수하며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면서까지 제도 개선에 매진해야 했다. 그 한 가운데 바로 윤 센터장이 있었다.
이제는 그 역할을 누군가는 대신해야 한다. 윤 센터장이 원한 건 특정 일부분만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아니다. 그가 남긴 건 응급의료체계전체를 아우르는 공공의 이익이었다. 과연 이 같은 역할을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소주 한 잔 해야지…"라며 통화를 할 때마다 항상 버릇처럼 윤 센터장이 소박하게 내뱉던 말이 기억이 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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