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특별대담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의료계 스스로 기생충 없애야…남이 하면 결국 단속"
건강보험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사회보장제도의 기둥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 실현의 근간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책이 추진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책적 파트너가 돼야 할 의료계로부터는 우려와 함께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16주년을 기념하고, 문재인 케어 추진 2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김용익(67)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상황을 두고 "계획된 범위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계획한대로 의료제도 개혁을 실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당초 구상한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파트너 관계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적정수가 실현을 위해 항목마다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지만 전체 의료계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없다"며 "병‧의원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의료구조상 구조적 난점이 있다"고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인터뷰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출입하는 이창진, 문성호 기자가 진행했다.
Q.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복지부와 함께 정책을 펼쳐 이른바 ‘문재인 케어 설계자’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의료계가 큰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쏠림현상의 당사자인 대형병원 조차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 현재 빅5를 필두로 42개 상급종합병원에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지표상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는다. 지표상으로 환자의 증가 속도 기울기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초대형병원은 환자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입원이나 외래가 한계에 도달한 이상 빨리 증가할 수가 없다. 즉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은 지표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가고 싶은 환자는 늘었을 것이다. 대기행렬이 늘었을 텐데 그 자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몇 달 대기해야 한다면 환자들이 대기 기간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자체도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결국 의료 인프라 개혁이 앞으로 중요하다.
Q. 의료전달체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케어 자체에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상당부분 녹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의료전달체계가 뒷받침 하고 있지 못하는 형국이다.
- 복지부가 문재인 케어 추진 첫 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빨리 재추진해야 하는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넘어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전액은 의료계에 쓰인다. 이를 토대로 의료계는 높은 질의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건강보험 개혁과 비중이 같다고 보면 될 정도로 중요하다.
-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문재인 케어가 기획된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물론 개혁이라는 것은 정확히 맞을 수 없거니와 정확히 맞으면 개혁이 아니다. 정책도 처음 설계한 후 실시해가면서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처음 예측한 재정을 그대로 집행할 수 없다. 오히려 계획을 세운대로 간다면 융통성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개혁이라는 것은 시행을 해가면서 나타나는 상황을 보며 수정하는 것이고 재정도 마찬가지다. 2017년 보장성강화 정책 수립 당시 향후 5년간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약 10조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2018년도 1조 2000억원 당기적자 재정계획을 수립했으나 실제 1778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2018년도 재정적자는 정책이나 경영을 잘못해 발생한 적자가 아니며, 당초 계획된 적자다. 이론적으로 2조원씩 균등하게 적자를 갈 수는 없는 것이다.
Q. 서울의대 교수와 국회의원 시절 의사는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철학으로 여겨오셨다. 하지만 현재 의료정책과 이 같은 철학이 부합되고 있는 지 물음표가 든다. 의료계와 갈등요소가 있고 보장성 강화 정책 외에는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올해까지 규모가 큰 비급여 문제를 해결했다. 앞으로 다양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의료계와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행위가 수천가지가 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피부에 느끼지 못하겠지만 의료계는 전문 진료과목 간에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수가 항목이기 때문에 앞으로 본격적인 대화가 필요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가 해야 할 중요한 결정은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전문 진료과목 간 경계선 문제를 어떻게 건보공단이나 공무원이 정하겠나. 의료계가 능력을 갖추고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사무장병원을 말하자면 '기생충'이다. 이들에게 빨려먹는 건강보험 재정을 차단한다면 의료계에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 의료계가 스스로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를 남이 한다면 결국 '단속'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전액은 관리‧운영비를 빼고 의료계에 가게 되는데 이를 낭비해선 안 된다.
Q, 적정수가를 강조했지만 의료계에서 느끼는 체감수가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이사장이 생각하는 적정수가의 방향은?
- 수가는 의료계와 합의해가며 결정하고 있다. 환산지수 계약인 소위 수가협상만이 아니라 1년 내내 항목마다 의료계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의료계에서는 불리한 협상의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전문 진료과목이 개원하고 있는 데다 도시, 농촌마다 조건이 다른데, 즉 우리나라의 원가구조는 굉장히 다양하다. 하나의 수가 항목에 대한 초진료를 두고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가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원가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불만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Q,. 건보공단 직원이 올해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료 징수가 주된 임무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다면 보험료 징수 업무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 인공지능 시대에서 건보공단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건보공단은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 그리고 4대 보험료 징수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에 더해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위한 '간사' 기관의 역할과 연명의료 담당 기관으로서 책임까지 맡았다. 전국조직이 현재 건보공단 밖에 없는데 역할이 줄어들겠나.
Q.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약계에서는 위험분담제 이슈가 뜨겁다. 그런데 희귀질환과 난치성 질환에 대상이 집중돼 있다.
- 고가 신약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건보재정의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을 생각 안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보장 범위가 결코 좁지 않다. 보험급여는 사안 별로 판단해야 하는데 비용과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내년 정치권 빅 이벤트인 총선이 있다. 여야 모두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고민하고 있다. 조언을 하자면?
- 건강보험만으로 보건‧의료 개혁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은 보건‧의료체계 전체를 보면 정책적 성취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사회보험제도 중에서 발전정도가 가장 크게 때문이다. 건강보험 말고 상대적으로 발전정도가 높지 않은 다른 보건‧의료 이슈가 있지 않나.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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