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심사제도를 공격할 때 심평의학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진료비를 삭감당하지 않기 위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한 급여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병명을 바꾸기도 하고 약제를 바꾸는 경우도 있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리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빅데이터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급여기준의 변경에 따라 진단이나 처방이 바뀌는 경우를 과장한 표현으로 이해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의 재정만을 고려해 급여기준을 만든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도 급여기준 제 개정에 참여하였을 텐데 이런 단어나 표현이 사용되는 것일까 의료인의 푸념에 불과한 것인가.
최근 재밌는 기준이 생겨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19년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 급여기준 개정사항에 의하면 환자평가표에는 환자의 교육수준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그것도 대체로 나이가 많은 환자의 학력을 알아야 하는지 선뜻 납득 되지 않는다. 예전 수사기관에서 작성하던 신문조서에도 학력, 종교, 집, 소유 여부 및 월급 등과 같이 수사와 관련이 적은 사항들도 묻도록 되어 있었다가 최근에 항목이 많이 줄었다.
더 한 것도 있다. 위 개정사항의 사회환경 선별조사항목에 의하면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묻고 확인해야 한다.
『 a. 식사준비, 간병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음. b. 전기 수도 등 공과금 미납으로 서비스 중단 고지를 받은 적 있음. c.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이 없어 노숙 등을 한 적 있음. d. 병원비 월세 등 주거비 난방비 등 비용 지불이 어려운 적이 있음. e. 교통수단 부족으로 진료 복지관 등 외출이 어려웠던 적이 있음. f. 먹을 것이 없거나 학대를 받는 등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음.』
사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인 것은 물론 타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몇 분에게 환자에게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솔직히 어렵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
기준을 만든 측에서는 필요에 따라 이러한 문항들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노인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기 좋아한다 해도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질문에도 흔쾌히 대답할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급여기준을 포함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실제 정책이 펼쳐질 현장의 상황과 애로를 사전에 예측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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