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등 환자중심 의료정책에서 최소 300병상을 운영해야 경영수지를 맞출 수 있다. 은행 대출을 받더라고 살아남으려면 병상 증설 밖에 없다."
최근 의료단체 행사에서 만나 병원장은 규모의 경쟁에 돌입한 중소병원계 현실을 이 같이 밝혔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상 증설 ‘불패신화’는 현재 진행 형이다.
2015년 전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일명 빅 5병원의 암병원 신축 경쟁으로 의료인력과 환자를 독점하면서 위기를 느낀 지방 대학병원도 병상 증설에 동참했다.
복지부가 여론을 의식해 2016년 마련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병상 증설 시 사전협의 의무화'(미이수시 평가점수 -5점)는 강력한 징벌 조치다.
0.1점 차이로 상급종합병원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5점은 사실상 '탈락'을 의미한다.
하지만 복지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문이 있다. 대학병원 중심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이다.
복지부 병상억제 실행방안은 상급종합병원만 해당할 뿐 상급종합병원 분원 증축과 수많은 대학병원, 지역 중소병원에겐 무용지물인 셈이다.
서울대병원이 분당서울대병원에 이어 시흥서울대병원 등 분원 건립으로 몸집을 불려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종합병원인 수많은 대학병원의 병상 신·증축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소병원까지 병상 증설에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문케어로 불리는 간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비급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병상 증설만이 생존 가능하다는 것이 중소병원장 사이에서 정설로 굳어졌다.
복지부가 환자안전과 감염관리, 간호간병 등 전담인력 배치를 의무화해야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정책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인상된 인건비에 허덕이는 중소병원을 자극했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과거처럼 150병상, 200병상으로 의료진과 직원 인건비 맞추기도 힘들다. 문케어로 의료행위별 이윤은 줄어들고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수가를 받는 구조에서 진료 량을 늘리기 위해 병상 증축 밖에 없다는 게 병원장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과거 대학병원 몸집 불리기 경쟁이 지금은 중소병원 병상 증설 경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많은 중소병원 병원장들이 빛을 내더라고 병상 공사를 위한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귀띔했다.
복지부가 의원급과 대형병원 중심 의료정책에 치중하면서 이들 의료기관의 병상 억제 효과로 이어졌다.
반면, 전국 중소병원을 위한 지원 정책을 외면하면서 규모 경쟁을 부추기는 웃지 못 할 아이러니한 상황을 야기했다.
10년 넘게 요구된 중소병원 육성 지원은 복지부 입장에서 시급하지 않을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의료정책이라는 단단한 성곽도 미세한 실수로 금이 가고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성곽이 무너져도 복지부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방관한 상태에서 중소병원들의 생존 줄타기는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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