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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언어폭력 크게 줄었지만 성차별 발언은 여전"

황병우
발행날짜: 2020-03-13 05:45:55

의대협 인권실태조사 결과 전년대비 상당부분 개선
부당 대우 가해자 1순위는 교수…술자리 강요 압박

의과대학에서 의대생들이 느끼는 언어폭력이나 회식 음주강요는 개선 됐지만 수업 외의 모임 참석을 압박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자 의대생은 성차별적 발언을 겪고 있다고 10명 중 4명이 응답해 여전히 유리천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제17대 집행부가 실시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나왔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이은 2번째 의대생 인권실태조사로 총 1516명의 의대생이 참여했다.(남성 805명, 여성 500명, 기타 11명)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의대생의 언어폭력 경험에 대한 응답률 변화.

지난 2018년 조사 당시 의대생 10명 중 5명(49.5%)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학생들의 16%가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74.21%가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해, 의과대학 내 언어폭력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여전히 병원실습이나 수업외의 모임에 참석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는 10명중 4명이 그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회식이나 동아리 모임 참석을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과대학의 언어폭력이 개선과 달리 여전이 의대생이 느끼는 성차별 경험은 개선폭은 크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당시 성차별적 발언을 겪은 여학생의 응답률은 72.8%로 높게 나타났고,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 높은 응답률은 보인 바 있다.

이번실태조사는 성차별 경험과 관련해 61.02%가 그러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해 개선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4명은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직접 성차별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성차별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숫자도 약 35%에 달해 성차별 경험과 목격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의과대학내에서 의대생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가해자는 ▲교수 23.81% ▲학생(선배/동기/후배) 22.10% ▲인턴·레지던트 8.31% 순이었으며, ▲술자리·회식 20.65% ▲학교수업 17.68% ▲학내서클 16.03% 순으로 부당한 대우가 높게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대생 대부분이 부당한 대우를 겪는 경우에도 실제 신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또는 대학당국에 신고한 적이 있다면 결과에 만족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불과 7명만이 신고했다고 응답했으며, 결과에 만족했거나 매우 만족했다고 응답한 의대생은 없었다.

반대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신고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당한 대우를 신고하더라도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라는 응답이 60.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뒤를 이어 ▲부당한 대우를 신고한 뒤 불이익의 두려움 51.72% ▲신고한 사실의 외부 유출 걱정 31.46% ▲부당한대우를 누구에게 신고해야할지 잘 몰랐다 30.56%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의대협 조승현 회장은 "조금씩 의과대학 내 사회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속도와 방향은 시대의 변화에 비해 괄목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여전히 학생들이 공정성과 불이익 등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에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학내 구성원 모두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가려 노력함은 부정할 수 없다"며 "다만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이유로 이러한 사실들을 일축하기는 앞으로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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