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차원에서 공감대 형성…추진 여부는 미지수 '신입생' 교육과정 통합 논의부터…의·한 입장차 극명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한번의 혼란이 예상된다.
해묵은 논쟁인 한의대-의대 통합 논의에 불씨를 당긴 것은 지난 22일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출방안 마련'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 자리.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부족한 의사 정원 확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의료일원화로 가야한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즉시 도입해도 20년 후에야 의료현장에 배출되는 것을 감안해 단기대책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 일환으로 의과와 한의과 통합을 제안한 것.
이에 앞서 이날 토론회 패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의사 수 확대 방안으로 의과대학 증원보다는 한의대를 폐지해 한의대 입학정원을 의대로 흡수통합하는 방안이 의사인력 증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의료원 조승연 원장 또한 의사 수 확대 일환으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의과-한의과 통합 일원화'를 언급했다.
당시 국회토론회에서는 의대-한의대 통합 발언은 주목을 이끌지 못했지만, 직후 당정합의를 통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현실화된 현재 다음 수순으로 통합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병협 차원에서도 주요 추진 사업으로 의대-한의대 통합을 꼽고 있다"며 "신입생에 한해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합, 일원화함으로써 통합의대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대에서 본초학 등은 의학과 어우러지면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묵은 논란 '의료일원화' 이번엔 다를까?
사실 의료일원화 즉, 의대-한의대 통합 논의는 수년전부터 제기되어 온 해묵은 논란.
가장 가깝게는 지난 2018년도 당시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그리고 정부는 의·한·정협의체를 구축하고 의사와 한의사 통합 논의 진행했다.
의·한·정협의체는 합의안까지 도출했지만 의협과 한의협 내부 회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결국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후로 2년,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부족이 여론화됨에 따라 의사 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의대-의대 통합'이 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의·한·정협의체에서의 논의와 다른 점은 통합 대상. 당시에는 신입생, 재학생, 졸업생을 아우르는 통합을 논의하다보니 반대여론이 거셌다.
이번에는 당시 큰 이견이 없었던 신입생에 한해 의대-한의대 교육과정 통합이라는 점에서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셈.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언급한 조원준 전문위원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한의대 통합도 함께 이뤄진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당 내부에서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면허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교육과정부터 정리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다만,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했거나 세부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통합 논의가 쉽게 풀리지는 않아 보인다.
의사협회는 한의과대학을 폐지, 의대로의 흡수통합을 주장하는 반면 한의사협회는 복수면허를 전제로 즉, 졸업생까지 통합면허를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 통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의대-한의대 통합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국회 차원에서 거론되는 이야기일 뿐 협회 차원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의사협회 최문석 부회장은 "한의대를 통합의대로 전환하자는게 한의사협회의 입장으로 이는 의사 수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졸업생 즉, 현재 한의사의 구제방안이 있어야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앞서 의·한·정협의체가 불발된 당시의 입장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이에 대해 조원준 위원은 "의대-한의대 통합 논의는 의대 정원 확대처럼 당정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사자 즉, 의-한의사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당사자들이 동의한다면 논의를 해볼 수 있겠다는 것이 당 차원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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