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체납액과 요양급여비를 연계한 상계제도로 최근 3년간 건강보험 2조원의 재정 누수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 보건복지위)이 19일 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 요양기관의 건강보험료 체납액과 요양급여비를 상계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로 인해 체납액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급여비만 지급되는 재정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기관의 경우 일반 직장 사업장과 달리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와 함께 의료서비스 제공에 따른 급여비 청구권한이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기관의 체납액과 급여비는 상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상계란 채권자와 채무자가 같은 종류의 채권 채무를 갖고 있는 경우, 그 채권과 채무를 같은 금액에서 소멸시키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요양기관이 5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급여비가 50만원인 경우 상계를 통해 동시에 채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상계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면 공단은 요양기관의 체납액이 있어도 급여비를 원래대로 지급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상계 처리할 수 없는 경우는 요양기관의 선순위 채권자가 급여비 채권을 압류할 때, 요양기관이 급여비 채권을 타인에게 양도했을 때 등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과 유사한 구조인 산재보험을 비롯해 사립학교교직원·공무원·군인·국민연금, 상법상 손해보험 규정 등은 상계제도가 아닌 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공제제도는 급여비를 지급할 때 급여 수령자의 미납금을 먼저 충당하고 나머지 잔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공제제도를 도입하면 요양기관이 급여비 채권을 양도하거나 선순위 채권자의 압류가 있어도 급여비에서 체납액이 먼저 충당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건강보험 체납액과 급여비를 공제하는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3년(2017년~2019년)간 상계 제외된 요양기관은 4776개소로 총 체납액은 85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2384개소(49.9%)에 급여비가 지급됐는데, 이들 요양기관은 508억원의 보험료를 체납했지만 2조 3044억원에 이르는 급여비는 받아갔다.
상계제외 요양기관을 체납액이 많은 순서로 살펴본 결과, 5억 5500만원을 체납했지만 181억 2800만원의 급여비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재근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등으로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허점으로 재정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회보험처럼 체납액을 급여비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체납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행정력을 절약하고 재정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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