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급여 확대 토론회 진행 다학제 접근 수가 보상 한 목소리…"기준 합의부터 해야"
고도 비만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성사시킨 대한비만학회가 약제와 상담료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다학제 접근의 필요성과 고가의 약제비에 대한 환자 부담을 강조하며 여론 몰이에 나선 것. 하지만 정부는 학계에서 비만에 대한 기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급여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학제 필수적인 비만 치료…적절한 보상안 마련 주문
대한비만학회는 26일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 진료 급여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비만 전문가들은 현재 비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만 진료의 특성상 연속성을 가져가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비만 환자 대부분이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있으며 의료진들 또한 이로 인해 비만 진료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며 정책적 지원을 요구한 것.
발제를 맡은 경북대병원 비만클리닉 고혜진 교수는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대부분이 비만을 미용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사망률을 높이고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일선 임상 현장에서 적절한 비만 치료를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며 "사실상 비만 치료를 접을 만큼 좌절하게 하는 여건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일단 고 교수는 비만 환자의 특성상 히스토리부터 다수의 병력 청취가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보전이 전혀 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인의 경험상으로도 초진의 경우 20분 이상이 소요되며 처방만 해도 약제를 제외하고도 행동요법과 식사요법, 운동요법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혜진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비만 환자에게 쏟는 시간에 비해 상담 수가가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의료진 입장에서는 비만 환자를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 의학상담, 영양상담, 운동상담 등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인정되지 않으면서 급여가 되는 고도 비만 수술 후 환자가 방치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적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적용되는 차등 상담 수가 등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비만 환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약제 비용과 고도비만 수술 후 문제가 되는 피부 늘어짐 등에 대한 수가 적용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다수 비만 환자들이 약제비와 고도 비만 수술 후 피부 늘어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비만에 대한 약물 치료가 전액 비급여로 진행되면서 잘 치료받던 환자들까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낮은 계층에 초고도 비만 환자들이 많지만 이들 또한 비싸 금액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한 유방암 환자에게 유방재건술을 급여로 보전해주듯 고도 비만 수술 후 피부 늘어짐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들어가는 비용때문에 환자들이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급여 필요성 한 목소리…공단 "무슨 기준으로 급여 적용하나"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놨다. 각종 만성질환이 근본이 되는 비만을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의사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적어도 다학제적 접근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대한비만학회 이창범 이사장(한양의대)은 "나도 비만 환자들을 위해 그룹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것이 봉사의 개념"이라며 "영양사가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 환자들의 식사를 분석하고 나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밥을 먹지 않고 참여하는 형태"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 의사가 제일 먼저 살이 빠진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며 "이러한 문제들을 수없이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아예 다학제적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나마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지만 일선 1차 의료기관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
365MC 김정은 원장은 "비만 치료는 약물 요법만으로 일관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체중 감량 후 운동과 영양 등을 병행하며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의사 혼자 감당할 수 밖에 없는데 현실상 효율과 지속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며 "이로 인해 1차 의료기관에서의 비만 치료는 현실적인 문제로 일관성 있는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전폭적인 급여 확대가 어렵다면 적어도 상담수가 만이라도 서둘러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 비만 치료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영양과 운동 등에 대한 상담 비용만이라도 보전해 달라는 요구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 회장(성균관의대)은 "비만은 무엇보다 협진이 중요한 질병이지만 비용 보전이 안된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에서 상당히 기피할 수 밖에 없다"며 "고도 비만 수술이 급여화된지 2년이 지난 지금 수술 후 팔로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정된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적어도 고도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만이라도 상담 수가를 인정해 줘야 한다"며 "약물 급여가 쉽지 않다면 최소한 상담수가만이라도 인정해줘야 비만 치료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재 비만 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 이로 인해 아예 재정 추계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 상태에서 급여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소한 학계에서 비만의 기준을 통일하고 유병률과 함께 급여 적용시 혜택을 받게 될 환자에 대한 정리는 마친 상태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지적.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동욱 건강서비스부장은 "현재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에서 BMI 등 비만 환자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르며 진료 지침도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일단은 학계에서 비만의 정의와 다양한 기준을 합의해 통일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또한 비만 수술 외에 향정신성의약품이 주를 이루는 비만약에 대한 처방 기준도 모두 다른 상태"라며 "이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만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처방 가이드라인 등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은 셈이다.
김 부장은 "국회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부도 의지가 있지만 적어도 비만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고 처방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져야 급여를 적용했을때 얼마나 재정이 투입되는지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준비도 덜 되어 있는 만큼 학계에서 이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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