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료계는 발의 자체만으로도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상황. 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단독개원의 단초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맞은 틀리다.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제1조의2 의료기사의 정의를 손질했다.
현행법에서는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를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었다. 여기서 '지도 아래'를 '의뢰 또는 처방에 따라'로 개정한 것.
즉, 현행법에서 의사의 지도아래 진료나 검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을 의사의 의뢰 또는 처방에 따라 검사를 하도록 일부 풀어준 셈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핵심은 의사와 같은 공간에 없더라도 의사의 의뢰나 처방을 받아서 격오지에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도록 한 부분이다.
남인순 의원도 제안 이유에서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에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에 대해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기사업계에선 "이는 단독개원과는 무관하다"면서 "의료현실에 맞게 바꾸자는 것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방사선사협회 조영기 회장은 "의사의 처방이나 의뢰가 없이는 검사가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단독개원의 단초가 된다는 것은 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리치료사협회 측도 재가요양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 거동이 어려운 노인환자의 방문 물리치료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상반된 입장이다.
의료기사들이 수년째 국회를 통해 같은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시도, 끊임없이 단독개원을 노리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국회는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을 허용하는 법을 추진한데 이어 2013년에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의료기사의 정의를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 이를 추진한 바 있다.
이후로 2019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물리치료사업안을 대표발의하며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당시에도 문제가 된 부분은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사의 '지도'하에 문구를 '처방 또는 의뢰'로 전환하도록 하는 부분.
일단 이번에 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만으로는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선 의료기관 내에서 원외에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에게 환자를 의뢰, 처방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의료기관의 처방을 받아 개원하는 식의 단독개원은 시장성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앞서 의료기사법 개정을 통해 단독개원을 거듭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가 이 시점에서 또다시 발의된 의료기사법에 발끈 하는 이유는 최근 의료환경이 단독개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한 개원의는 "도수치료를 하는 물리치료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연봉 1억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간호사보다 인력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의료기관 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협업하고 있지만 의료기사법이 통과된다면 아마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물리치료사는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활의학과 한 개원의는 "고령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영역 이외 장기요양보험, 통합돌봄 영역에서 의료기사들은 업무를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소아재활 바우처 사업만 보더라도 향후 이와 유사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수년째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어 이제는 솥뚜껑만 봐도 놀랄 수 밖에 없다"면서 "앞서 단독개원에 대한 의지는 이미 충분히 보여준 상황에서 또 다시 법안이 올라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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