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 27일 원격의료 활용성 토론회 개최 웨어러블 진단 활용 사례 축적…해외선 이미 활성화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격의료 관련 과학기술 현황과 법·제도적 제한점을 살펴보고, 임상적 응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원격의료를 경험한 의료진들은 기술적 면에서는 완성 단계에 올라섰지만, 정보 표준화 및 미확인된 임상적 효용 등 활성화 측면에서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27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원격의료: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187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공동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등이 허용되고 있다. 이는 원격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통신, IT 제반 기술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원격의료가 전폭 허용되지는 않고 있다.
한민구 원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격의료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관련 제반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원격의료의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관련 법·제도의 개선점 등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실제 원격의료를 경험한 의료진들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당장 활용에 손색이 없다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심재민 고대안암병원 순환기 내과 교수는 "원격모니터링이 적용되는 질환은 심부전·심방세동부터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 천식 등 호흡기 질환, 당뇨·비만 등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정신질환, 암까지 다양하다"며 "시계, 조끼, 반지, 헤어밴드 형태 등 웨어러블을 활용한 비침습적인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정맥과 같은 심장 전기 현상은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오히려 진단이 어렵다"며 "반복적으로 실신하는 60세 여성에 심전도기를 삽입했는데, 이상 증상이 생길 때 정보가 바로 원격으로 전송돼 심장 파형에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해 대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22세 여성 환자도 간헐적인 두근거림을 느꼈지만 병원에서는 진단이 안 됐다"며 "직접 스마트워치를 구입해 심전도를 기록, 이를 의료진에 전달해 확진받고 치료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실제로 스마트워치를 심방세동의 스크리닝 검사로도 사용중이다. 화웨이 하트 스터디로 명명된 연구는 스마트워치로 18만명 중 0.2%를 심방세동 고위험군으로 스크리닝해 이중 87%가 확진을 받았다.
심재민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은 질환 악화를 조기 진단하고 심방세동 등의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며 "응급실 및 외래 방문이 감소하고 의료비가 줄어 원거리 환자의 접근성이 향상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효용이 실제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면밀한 연구로 증명돼야 한다"며 "이외 노인, 장애 환자에 적용 가능성이나 순응도, 보험 급여 문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 임상 결과의 향상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웨어러블 기기의 신뢰성 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평이다.
심 교수는 "웨어러블 방식으로 심전도를 얼마든지 진단 가능한데 정확성 역시 놀라울 수준"이라며 "전통적인 의료기기 측정 방법 대비 90% 이상 일치도를 보이고 있어 촉망받고 있고 FDA에서도 심전도 측정을 원격모니터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강조했다.
이경분 서울의대 병리학과 교수 역시 원격의료를 기술적 면에서 완성 단계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원격의료의 병리 이미지 전달과 활용이 실제 이뤄지고 있는데 유리 슬라이드를 카메라로 캡쳐해 진단하는 고전적인 방법 외에 최근엔 원격지 현미경을 네트워크로 조작, 판독하는 방법 및 버추얼 슬라이드 방식이 조명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버추얼 슬라이드의 경우 이미지 한장당 사이즈가 0.5~3gb에 달하고 한 사례당 최대 100장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한 환자의 진단을 위해 최대 300gb가 자료 전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병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원격병리 판독 서비스는 6개 기관 자문을 거쳐 진단을 내리고, 캐나다는 병리의사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 육안 검사부터 현미경 진단까지 전체 시스템을 다 원격으로 진행한 사례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병리의사가 줄어들자 규제 완화로 IT 기술에 대한 정책지원으로 원격병리를 진단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 병리의 대표주자인 피츠버그 메디컬센터는 다양한 원격병리 판독 시스템을 운용하는 등 현재 기술 수준은 원격진단에 문제가 없다"며 "다만 병리학과 쪽에서는 디지털로 만들기 어려운 병리 이미지가 있고, 병리 검사가 이미지 외에 유전자 검사나 단백발현 검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점 등이 해결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자료가 오히려 원격의료 활성화에 발목을 잡을 수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의미있는 자료를 선택적으로 추려낼 인공지능 기술이 그만큼 발전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정승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재 영상 데에터의 전송에는 큰 문제가 없고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PACS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원격판독, 원격 데이터 전송이 더 쉬워졌다"며 "문제는 환자가 수백장 데이터를 다운받아 가져올 때 의료진이 이를 어떻게 확인하고 중요 정보만 추려낼지 효율적인 작업 절차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영상진단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사람보다 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AI가 의료진이 하는 일을 도와줬으면 하는데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고 판독량도 늘어나고 있어 업무 로딩이 심하다"고 장미빛 전망을 경계했다.
심재민 교수는 "환자를 보다 보면 웨어러블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책 한권 분량을 가져와서 판독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며 "너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 의료진의 업무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AI 도움을 받는게 필수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분 교수는 "병리의사들이 표준화된 이미지, 컬러 이미지, 자동 보정된 이미지를 보는 것에 대해 진단 정확도가 동일하다고 보고되지 않았다"며 특정 조직에서 모니터 판독이 디지털 판독과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한 부분 등을 선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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