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연구소, 전화처방·상담 경험 인력 23명 심층면접 약제수령 과정 비대면화, 일관성 있는 업무매뉴얼 제공 등 제안
코로나19 상황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전화처방·상담'을 직접 하고 있는 의료진은 전화로 진료한다는 데 불안감을 보이면서 전면적인 비대면의료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한림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의사들은 기술은 우수하지만 적용은 아직이라는 입장을 낸 적이 있는데 이과 유사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1년여의 경험을 통해 처방전 및 약제수령 여부 확인 및 수령과정 비대면화, 전화상담·처방장비 등 인프라 지원 및 업무과정의 효율성 증진, 일관성 있는 업무 매뉴얼/지침 제공 등의 다양한 정책적 제안을 내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유혜림 연구원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처방에 대한 병원급 의료 공급자의 인식과 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는 심평원이 최근 발간한 학술지 '히라 리서치(HIRA Reaserch)' 창간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지난해 5~7월 병원급에서 전화상담을 경험해본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23명에 대해 일대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이 중 의사는 절반이 넘는 14명이다.
통상 의료기관에서 전화상담·처방 도입의 시작은 대부분 환자의 요청으로 진행되었다.
전화상담 처방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서 시행했다. 이미 관계가 잘 형성돼 있는 환자를 비롯해 만성질환자, 보호자가 필요한 환자, 원거리에 있어 내원이 어려운 환자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환자가 되겠다.
초진환자, 재진이어도 전화로 의사 소통이 충분하지 않거나 새로운 증상 호소 환자, 상태 변동, 처방약 변경, 복집한 검사결과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히려 내원을 권유하고 있었다.
안전성을 확보 하기 위해서는 ▲전화상담·처방이 가능 환자군과 필요 환자군 선별 ▲전화상담·처방 시 본인 확인 ▲환자 상태 파악 후 내원 권유 ▲전화처방 시 동일 약제에 대한 처방일수 제한 ▲전화상담·처방원칙 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실제 한 의료진은 "환자가 혈압약을 타면서 다른 질환의 약을 요구하면 대면진료를 봐야 한다고 내원을 권유합니다"라며 "전화진료 인원이 100명, 200명 넘어가면 반복적인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어떤 질문을 할지 원칙이 서고, 매뉴얼을 만드는거죠"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불안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과 일대일 면담에 참여한 의료진은 내원이 어려운 환자와 안전성이 확보된 환자에게 전화상담·처방이 유용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도서산간벽지, 거동불편, 소외계층군을 비롯해 환자 상태가 일정한 만성질환자, 진단결과를 알려주는 산부인과가 나왔다.
의학적 안전망을 위해서는 화상까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성분명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처방전 및 약제수령 여부 확인 및 수령과정 비대면화, 전화상담·처방 장비 등 인프라 지원 및 업무과정의 효율성 증진, 일관성 있는 업무매뉴얼 및 지침 제공, 대국민적 인식 개선 및 정책 홍보, 행정업무 증가에 따른 수가 지원 등의 방안이 나왔다.
전화상담 처방의 전면 시행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있었다. 환자의 편의 증진 효과가 있으며 검사결과 안내 등은 적절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반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처럼 전염병 위험이 있을 때 전화상담·처방을 해도 환자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에는 동의를 표시했다.
연구진은 "환자와 의사 모두 전화상담·처방이 대면진료와 동일한 진료행위라는 인식 제고가 있어야 한다"라며 "전화상담·처방이 허용되는 상황과 대상, 전화통화를 하는 환자의 장소 등 명확한 지침 제공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현행 전화상담·처방은 비대면의료 중 가장 기초적인 전달방식으로 효과적인 진료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시각적 관찰 및 설명이 가능한 통신기술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환자안전과 의료 질 제고를 위해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 적절한 지불 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의 지속적인 의견수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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