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3년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대학과 세계 유수의 연구소 소속 의사과학자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해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에 반해 한국 제약사와 과학계는 지난 3년 동안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항상 한발 늦게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제대로 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노벨생리학상 수상 시기인 매년 10월에만 그 존재감을 확인했던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이 제약‧바이오의 관심 속에서 다시금 커지고 있다. 다양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그 시작은 기초의학자 중심의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카이스트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추진이 그것이다.
최근 카이스트는 7~8년의 교육과정으로 한 연구중심 의전원 설립을 공식화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의 3분의2는 의학, 3분의1은 공학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 안팎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의대정원을 카이스트가 끌어올 수 없는 한 어찌 됐건 의대나 의전원 설립은 결국 '의사 증원'과 연결돼 언제든지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의전원 설립에 따른 부속병원 유치전도 벌어질 수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병원 간의 경쟁도 무시하지 못할 이슈 중 하나다. 벌써부터 카이스트 의전원 설립 시 부속병원 설치 여부를 두고서 몇몇 병원의 물밑작업이 벌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 내에서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설령 의전원을 설립해 학생을 모집한다고 해도 이들이 과연 임상 의사를 포기하고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궁금증이다. 카이스트 의전원을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학생들에게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도록 강제화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그 길을 선택할지 모를 일이다.
결국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부터가 먼저지 않을까. 임상 의사와 비교해 기본적인 처우에서부터 연구 환경,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 논의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선 이미 실패를 경험하고 의대로 전환했던 의전원 사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철저한 준비와 대안 마련이 없다면 이전 의전원들과 같은 길을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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