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일선 대학병원의 분원을 중단시키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병상 수급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확정된 대형 대학병원의 분원은 사각지대로 남을 전망이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송영조 과장은 14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앞서 추진 중인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중단하는 데 어려움을 밝혔다.
분원화를 추진 중인 해당 대형 대학병원 입장에선 한숨 돌린 셈이다.
■대형 대학병원 제동 한계…향후 병상 시책 적용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과거 보건의료실태조사와는 달리 입원환자의 지역환자구성비 지표와 지역 단위를 시·도와 시·군·구, 진료권(55개 및 70개)별로 구체화한 자료를 추가했다. 지역별 병상의 수요 및 공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는 일선 대학병원의 분원화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병상 과잉 공급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 제시할 병상 시책으로는 현재 추진 중인 대형 대학병원의 분원 행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복지부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악화될 병상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과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병상 시책을 마련해 지역별로 병상 부족, 과잉을 판단할 예정"이라며 "과잉 지역은 더이상 추가 신·증설을 막고, 부족한 지역은 증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시·도 지자체가 병상 수급 계획을 주도해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복지부가 병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지자체가 정부가 제시한 병상 시책에 부합하게 병상을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즉, 병상 수급 계획 권한은 여전히 지자체에 있지만 복지부 차원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송 과장은 "이번 실태조사 발표로 모든 병상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일단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병상 관리계획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뒀다"면서 "(5년후 실시하는 실태조사)다음 단계에서는 좀더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요양병원 병상 증가세 '제동' 필요성
복지부는 대학병원 분원화 이외에도 급증하는 요양병원 병상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16~'20년) 보건의료 기관 수는 총 9만 6742개소로 연평균 1.8%씩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요양병원은 2.6% 늘었으며 100~299병상 이상의 대형 요양병원은 3.9%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요양병원 병상은 OECD평균이 인구 1000명당 0.6병상인 데 비해 국내 요양병상은 인구 1000명당 5.3병상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 과장은 "고령화를 고려해도 요양병상 증가세는 폭발적"이라며 "요양병원에 대한 병상 관리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병상 시책에 구체적인 계획을 담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실태조사 연구를 총괄한 박수경 센터장(건강보험연구원 보험정책실 의료자원연구센터)은 "한국의 요양병상은 OECD평균의 8.8배에 달한다. 일본과 비교해도 2배가량 많은 수준"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환자 수가 감소했음에도 진료비가 증가한 원인으로 중증환자 증가와 MRI급여화 등 요인과 더불어 요양병원 환자 수 증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심층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센터장은 "일단 병상을 한번 지으면 환자를 채우게 되는 현상을 일컫어 '공급자 유인수요'라고 하는데 이를 입증한 셈"이라며 "병상과잉은 곧 과잉진료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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