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5개년 계획에 현장 전문가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계획으로 현장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의료계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새 응급의료 5개년 계획 논의를 앞두고 현장 전문가 의견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한응급의학회만 자문역할로 참여하고 있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3년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개최하고 응급의료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한 뒤 5년 주기로 이를 개선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개년 계획 당시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안과 대한응급의학회 안이 따로 마련됐는데 학회 안은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현장 의사들은 앞선 5개년 계획이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에 취직하는 순간 14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 기간을 넘겨 휴가를 사용하면 의료진 공백으로 응급실 평가에 악영향이 생겨 수억의 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자 의사들이 출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은 괜찮지만, 여유가 없는 중소병원 응급실은 아예 여자 의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앞선 5개년 계획이 발표될 당시 간담회 등에서 현장 의사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간담회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많이 참석했고 여러 질의응답이 이뤄졌지만, 요식행위에 그쳤다"며 "기존 5개년 계획은 현장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실 평가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개선돼야 하는데 복지부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증외상센터 및 여러 지자체의 골든타임 사업 등이 중구난방으로 도입되면서 기존 응급의료체계와 중복·상충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사업들이 어떤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운영되다 보니 문제 발생 시 대처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존 5개년 계획이 목표만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 환자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그 방법으로 센터 구축 및 질 평가 등을 제시했는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방법은 빠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는 "현장 목소리가 빠지다 보니 지침·성과 위주 정책밖에 나올 수 없다"며 "실행을 위해선 인력을 얼마나 어떻게 뽑고 어디서 예산을 가져올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법들은 없고 목표 제시만 있는 탁상공론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실제 현장이 원하는 것은 체감상의 변화다. 이를 위해선 성과적인 목표 제시보단 구체적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보고서를 통해 응급실을 평가하는 방식이 보고서로서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현장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학회가 아예 자문역할로 빠지면서 발언권이 오히려 축소됐다는 반발이 나온다. 자문역할은 결정권이 없는 데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다른 부처도 자문위원으로 들어가 있어 논의가 정부, 시민단체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학회와 함께 현장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또 소방·구조·간호 등 응급의료를 구성하는 직역들과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 같은 문제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가 응급의료 발전 계획을 만든다는 법이 정해져 있어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법이 있으니 복지부는 따를 수밖에 없고 여력이 없으니 보여주기식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일관된 입장이 중요한 만큼 학회와 함께 현장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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