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개원가 유입이 늘어나면서 분만병원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야간 분만이 어려워지면서 분만병원 인프라 붕괴를 가속하는 상황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이 어려워 수술에 난항을 겪는 분만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통증 환자 증가로 마취과 진료 수요가 급증한 것의 나비효과다. 메디칼타임즈가 의원급 의료기관 표시과목별 요양급여실적(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을 분석한 결과 마취과 내원 일수는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1342만 일이었던 마취과 내원 일수는 지난해 1477만 일로 11.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전문과는 대부분 하락세였고, 피부과는 마취과의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은 정신건강의학과뿐이다.
여기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과도한 당직, 고위험 수술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양하는 기조가 더해지면서 마취과 개원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마취과는 높은 개원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취과 의원은 매년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73.6% 급증한 상황이다.
이는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다른 전문과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숫자로, 이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정신건강의학과(95.4%) 정도다. 같은 기간 전문과 별 의원 수 증가율은 정형외과 35.2%, 내과 31.9%, 이비인후과 24.4%, 피부과 32.1%에 그쳤다.
■수가 낮은데 소송 위험까지…분만병원 이탈 심화
특히 마취과 의사 고용난이 두드러지는 곳은 분만병원. 주야를 가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수술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근무 여건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만병원 특성상 무과실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빈번해 마취과 의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 한 분만병원 원장은 "고용이 어렵다 보니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든 수술실을 운영하다 보니 마취과 의사들이 과로를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마취과 의사들이 수가가 더 높고 주간 수술이 많은 다른 병원으로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통증클리닉 수가도 좋아져 마취과 의사 이탈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분만병원 특성상 마취과 전문의 채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자칫 대형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의사 구인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높아지는 마취과 의사 몸값…"종전 대비 2배"
마취과 의사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분만병원은 마취과 의사를 항시 고용하지 않고 수술 일정에 맞춰 초빙하는 형태인데 기존엔 정해진 수가의 2배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하지만 최근 초빙 가능한 의사가 줄어들면서 3~4배의 비용을 지불해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로 인해 적은 인원의 마취과 의사가 더 많은 범위의 분만병원을 담당하다 보니, 사고 위험성이 높아져 더 많은 소송이 제기되는 악순환이 생긴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분만병원이 폐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야간엔 마취과 의사를 부르기 어려워 분만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예전엔 수가가 낮아도 분만 건수가 많아 보전이 가능했는데 저출산으로 경영은 어려워지고 마취비는 상승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문제해결 어려워…"수가라도 정상화해야"
산부인과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마취과 의사가 늘어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정원 문제에 타과 의사들이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원의가 늘어나는 것 역시 개인의 선택 문제로 지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분만병원 근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마취과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도 인력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미 마취수가 3~4배의 비용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분만병원이 자체적으로 이를 인상해주기도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손문성 총무이사는 "이미 분만 인프라 붕괴가 심각한 상황에서 마취과 의사 부족으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미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교통취약지는 문제가 심각하고 수도권 및 대도시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적어도 분만 마취수가를 정상화해 분만병원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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