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비급여 보고제도 고시에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급여 통제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데다가 그 내용이 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고시개정안 행정 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은 611개 비급여 항목과 61개 신의료기술 등 672개 항목을 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 내용은 ▲비급여 항목 비용 및 진료 건수 ▲진료 대상 질환 ▲실시한 수술·시술의 명칭 ▲환자 성별·나이 등이다.
2024년부터는 전체 비급여 규모의 90% 수준인 1212개 항목으로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 예정이며, 치료 외에도 약제·영양주사·예방접종·치과교정술·첩약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의협은 감염병 재난 사태를 극복을 위해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련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이번 기준의 상위법령인 의료법 제45조의2 등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비급여 고시를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관련 조항에는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하지만 복지부는 환자의 생년·성별·입원·내원·퇴원일자·진료과·코드 등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토록 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것.
특히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을 들어 항목·기준·금액 등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내역과 무관한 생년·성별 등의 사항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환자 개인 정보 침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성별·생년 같이 극히 사적인 기본정보는 물론 질병·치료내역·복용약 등 환자의 민감한 진료정보가 왜 필요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이처럼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가볍게 생각하는 국가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는 환자의 진료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고 치료과정 일련의 정보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 직업윤리에 반하는 정책을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제도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제도는 국민건강보험제도로 정체된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음에도, 비리·사회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향은 대통령의 발언에 반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국민이 공평하게 중증질환과 필수의료에 제대로 된 지원을 받게 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료 및 고가 처치 등의 필요성에 대해선 의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아랑곳 않고 비급여 보고제도 고시를 강행했으며, 이는 의사의 판단보다 관리·통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는 비판이다.
의협은 "이처럼 대통령의 발언도 따르지 않는 정부부처의 강행 일변도적인 기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이 아니라 오로지 비급여 의료를 통제하기 위한 초법적인 고시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법 위헌 확인 소송의 결과가 나온 이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며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비급여 제도의 붕괴는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몰락보다 더 치명적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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