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겐 입원이나 사망률 감소 관련 실익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도 30%에 불과한 예방 효과에 그친 데다가 임상 현장에서의 실제 데이터 역시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식 승인 가능성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너필드 보건학과 크리스토퍼 C 버틀러 교수 등 연구진이 진행한 몰누피라비르 투약 시 입원·사망률 변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란셋에 22일 게재됐다(doi.org/10.1016/S0140-6736(22)02597-1).
올해 3월 긴급사용승인된 몰누피라비르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되는 먹는 치료제로서 먼저 승인된 경구형 치료제 팍스로비드와의 비교가 불가피했다.
게임체인저로 불린 팍스로비드의 예방효과는 89%에 달한 반면 몰누피라비르는 30%에 그쳐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비용 대비 효과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특히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은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했고, 변이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점에 착안, 연구진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지 임상에 착수했다.
영국에서 진행된 PANORAMIC 임상은 50세 이상(관련 합병증이 있는 경우 18세 이상) 코로나19 확진 5일 이내인 사람을 1:1로 무작위 할당해 한쪽은 매일 800mg 몰누피라비르를 5일간 2회씩 투여하고, 나머지는 표준 치료만 제공했다.
코로나19 예후는 28일 동안 자가 기입 온라인 기록부를 통해 추적했다. 1차 연구 종말점은 28일 이내 모든 원인 입원 또는 사망이었다.
2021년 12월 8일부터 2022년 4월 27일 사이에 2만 6411명의 참가자를 무작위로 할당, 1만 2821명은 몰누피라비르+표준 치료군에, 1만 2962명은 표준 치료군에 배정했다.
평균 연령은 56.6세였으며, 참가자 중 2만 4290명(94%)이 최소 3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분석 결과 28일 이내 입원 또는 사망은 몰누피라비르+표준 치료 그룹 참가자 1만 2529명 중 105명(1%)에서 발생했다.
표준 치료 그룹에서는 1만 2525명 중 98명(1%)에서 입원 또는 사망이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심각한 부작용은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에서 50명(0.4%), 표준 치료 그룹에서 45명(0.3%)이 발생했다.
다만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에선 회복 시간(참가자가 완전히 회복했다고 자가 보고한 경우로 정의)에서 조기 회복이 관찰됐지만 80~9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
연구진은 "이번 임상은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장 큰 규모의 무작위 임상시험이었다"며 "분석 결과 몰누피라비르를 표준 치료에 추가해도 입원이나 사망은 감소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몰누피라비르 투약 시 표준 치료 그룹 대비 회복 속도가 빨랐고, 이는 표준 치료군 대비 검출 가능한 바이러스 부하가 감소하는 것과 일치했다"며 "몰누피라비르의 이점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부담, 약물 취득 비용, 사회적 환경, 비용 대비 효과의 맥락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감염학회 관계자는 "몰누피라비르의 효과 논란은 도입 당시부터 존재했다"며 "다만 약제의 필요성은 효과뿐 아니라 당시 감염자 확산세나 보유 약제 현황, 활용 가능한 약제 옵션 강화 등 사회적 맥락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팍스로비드가 효과면에서 좋지만 28개의 병용금기 성분이 설정돼 있었고, 특히 신장애 환자에게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대안 및 대체 치료제의 성격으로 몰누피라비르가 긴급사용승인된 것"이라며 "처방 가능한 옵션을 늘린다는 측면에서는 효용이 있지만 백신 접종자가 많아진 현 시점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 부분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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