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포셉·스네어 등 내시경 재료의 정액 수가 인하를 검토하면서 내과계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이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5일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제41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 수가를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수가 인하 검토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 검토안에 따르면 일회용 생검용 포셉 수가를 기존의 62%, 절제용 스네어는 61% 인하하고 일회용 재료와 다회용 재료를 이원화한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다회용 재료가 일회용 재료보다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만, 오히려 수가가 낮게 책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회용 사용을 종용하는 것으로 환경 정책에도 반하는 조치라는 것.
이와 관련 위대장내시경학회 은수훈 공보이사는 "일회용 재료는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 정도의 가격대인데 다회용은 이보다 10~20배 더 비싸다. 특히 다회용 재료를 멸균하는 기계만 500만~1000만 원에 달하고, 1회 소독 비용만 8000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다회용이 일회용보다 수가가 낮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일회용 재료를 권장한다는 것으로 환경 정책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수가 인하로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질이 낮은 제품의 생산·유통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액 수가는 저수가의 대안으로 보건복지부와 합의된 사안이고, 재처리 과정에서 드는 추가비용이 산정되지 않아 일회용·다회용 수가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다회용 재료도 13~15회 사용한 뒤엔 폐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 같은 인하안의 부당함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도 다수여서 실거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위대장내시경학회 박근태 이사장은 "심평원이 지난해 11월 업체들로부터 개원가·병원 납품가를 조사해 자체적으로 인하율을 정한 것 같다"며 "이는 필수의료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허탈함을 키우는 일이다. 더욱이 내시경 위험부담이 수가에 보장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전공의 지원율 유지하는 내과를 압박해선 안 된다. 지원율 높아야 세부전공 유입량이 늘어난다"며 "정부가 이를 잘 조율해 필수의료를 도와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향후 협의체 통해서 우리 입장을 전하고 회의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500~600개의 내시경 검사 사례를 모은 '실전 상부위장관 내시경 증례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시경학은 전공 여부과 상관없이 임상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증례에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국내 발병양상과 차이가 있는 외국원서를 공부하거나 학회 증례 토의 등으로 간접적인 지식만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내시경 소책자인 '위대장 아케데미'를 9회 발간했고, 20주년을 맞아 증례집을 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위대장내시경학회 조원영 총무이사는 "이 증례집에는 500~600개의 사례 들어가 있으며 내시경 부위별로 20~30개의 케이스를 다루고 있다"며 "회원이 직접 발견한 희귀 사례도 있고 흔히 볼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사례 등, 진료하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실사례를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위대장내시경학회 장웅기 회장은 "증례집은 우리가 20년 동안 모은 자료들이다. 각 시도 지회 임원들이 올린 내용을 모아서 각 편집위원회에서 분류하고 각 질환 관련 내용을 정리해 알아보기 쉽게 표로 만들었다"며 "이밖에도 여러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지만 증례집을 만든 것이 가장 뜻깊고 한두 손가락에 꼽히는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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