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 허용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개월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준이 나오자 의료계가 지나치게 완화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산업계는 환영한다면서도 이미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며 뒷북 행정이라는 반응이다.
1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의료계와 산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의 핵심은 기존 30일이었던 재진 허용 기간을 6개월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또 만성질환으로 국한됐던 질환 제한이 사라졌다.
또 기존 섬·벽지로 한정됐던 의료취약지 비대면 진료 기준에도 응급의료 취약지인 98개 시·군·구를 추가했다. 휴일·야간 시간대에 이뤄지던 예외적 비대면 진료 허용 나이도 전 연령으로 확대한다.
비대면 진료 접근성이 개선됐지만, 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비대면 진료 계도기간이 중단되면서 대부분 중개 플랫폼이 비대면 진료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플랫폼이 병·의원 예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시점에서 뒤늦게 비대면 진료 기준이 완화된 것. 계도기간 중에도 비대면 진료를 축소하지 않은 곳은 나만의닥터 정도다.
특히 비대면 진료 1위 업체였던 닥터나우는 지난달부터 직원 50% 감축을 목표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산업계 구도에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산업계는 계도기간을 거치며 쌓인 피로감과, 관련 기준이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계 불만이 가장 컸던 약 배송 제한도 그대로다.
이와 관련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선재원 이사는 "보완된 시범사업 기준을 환영한다. 이 정도면 접근성이 많이 증가해 다양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아쉬운 점은 약 배송인데 야간·휴일에는 오히려 문을 여는 약국이 적어 매끄러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날 복지부가 이 같은 안을 마련할 당시에도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대한내과의사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관련 시도를 멈추라고 규탄한 바 있다.
아직 비대면 진료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의 우려가 사실이 된 것.
개선안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비대면 진료에 호의적인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 내 진료, 약 배송 등의 제한이 여전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긴 무리라는 것.
이와 관련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진료비 선불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병원에 대기해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의사의 의료기관 외 처방을 허용하고 하루 환자 수를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약국에서 약을 받는 것을 비대면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에서 대면 요구권이 생긴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개선안에 경험자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환자가 아닌 사용자를 늘리겠다는 의미로 의료 상업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복지부에 이번 개선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비대면 진료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경험자라는 표현이 심사나 청구할 때 초·재진 여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무엇보다 이는 사용자 범위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요구권이 생겼다고 해도 비대면 진료가 시장 우호적으로 개방됐을 때 병·의원 간의 경쟁으로 비화해 상업화 압력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다른 플랫폼처럼 비대면 진료를 많이 하는 병·의원이 더 많이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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