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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게 가장 힘들다"

발행날짜: 2024-05-28 05:30:00 업데이트: 2024-05-28 18:50:11

[인터뷰] 분당서울대 이재항 교수…의료대란 속 대동맥박리술 지속
연일 당직·응급수술 힘들지만 윤석열 정부 '갈라치기' 더 화난다

불과 3개월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의료인력난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흉부외과 전공의 정원 3명을 모두 채우고 흉부외과 심장 파트만 전임의(팰로우) 4명으로 운영해왔다. 2023년 1년차 레지던트 모집에선 3명 정원에 5명이 지원해 경쟁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전공의는 물론 팰로우도 전멸했다.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을 강행하면서 모두 사직했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23일, 분당서울대병원 성인심장 수술을 맡고 있는 이재항 교수를 직접 만나 의대증원 사태 3개월을 넘긴 현재 의료현장 상황을 짚어봤다.

■ '피로감' 보다 사직 전공의에 대한 '미안함'이 고통

이재항 교수는 대동맥류 명의로 주목받은 의료진. 대동맥박리 환자 특성상 응급이 많지만 그는 밤낮을 마다하지 않고 콜을 받는다. 최근 전공의와 팰로우가 떠난 공백을 채우려면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정부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는 상태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인터뷰 당일에도 전날 심야에 응급 콜을 받고 출근해 새벽 3시까지 수술을 마치고 다음날 오전 병동 회진과 외래진료를 소화했다. 다음날도 종일 수술 일정이 잡혀있다. 한달 중 집에 갈 수 있는 날은 보름쯤 된다.

"어제도 오랫만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던 찰나 응급 콜을 받고 다시 출근했다. 내일도 언제 응급콜을 받을 지 알 수 없다. 주 몇시간 근무하는지 계산할 수도 없다."

이 교수는 최근 3개월간 한달 평균 당직만 8~10일 근무했다. 최근 암 환자도 초기단계는 수술을 연기하지만, 대동맥박리 환자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환자 곁을 떠날 수 없다. 얼마 전 열린 춘계학회는 참석하지 못했다. 수술, 외래, 당직은 줄일 수 없으니 학회에서 발표하고 연구를 줄이는 것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재항 교수는 밤낮없이 진료하는 현실보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힘이 될 수 없는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밤낮이 따로 없는 근무시간에 육체적으로도 지치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면서 잠을 이루기 어려워졌지만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몸을 갈아 넣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나의 의료행위가 전공의들을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전공의들을 생각하면 육체적으로 피곤해도 힘든 내색도 하기 싫다."

이 교수는 까마득하게 어린 전공의들이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맨몸으로 뛰쳐나갔는데 당장 눈앞에 환자를 진료하는 것 이외 할 수 있는 게 없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서 의대교수를 '씹수'라고 칭한다. 욕설+교수의 합성어로 교수에 대한 반감이 담은 호칭이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이 교수를 바라보는 시각을 질타하기 보다는 미안함이 크다.

의대생, 전공의 등 핏덩이들을 앞에 세워놓고 교수들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도 했다. 특히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갈라치기'다. 의사와 환자,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전공의와 교수, 교수 내에서도 시니어와 주니어 교수간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흉부외과 등 필수과 의사 부족 사실인가?

이 교수는 대표적인 필수과인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전문의를 취득하던 시절 배출된 흉부외과 전문의는 약 40명. 그의 동기 절반은 개원하거나 봉직으로 나갔다. 이유는 수술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수술할 병원 즉,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방이라도 1년에 100건의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흉부외과 의사들은 당장 내려갈 것이다. 지방 병원을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과의사로서 수술할 기회가 줄어든다."

외과의사는 끈임없이 술기를 갈고 닦아야 하는데 지방 병원에 가는 순간 현저히 수술 건수가 감소한다는 게 그의 설명. 지방 환자 상당수가 심장수술은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인 즉, 지방 환자는 수도권으로 향하고 지방병원은 환자가 없으니 의사도 수술할 기회가 줄어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지방에서 심장수술을 받는 사례는 중증·응급환자로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지방병원의 흉부외과 수술 후 사망률 등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지역 환자는 결과만 보고 수도권 병원으로 향하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이재항 교수는 대동맥박리 환자 뺑뺑이 원인을 의사 수 부족에서 찾는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사진: 이재항 교수와 의료진들이 수술하는 모습.

■대동맥박리 환자 뺑뺑이…진실은?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동맥박리 응급환자가 뺑뺑이 논란의 원인도 흉부외과 의사 부족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실제로 심장수술에 대한 열정을 갖고 지방병원으로 향했던 그의 동료들이 몇년 후 고민에 빠지는 이유는 마음껏 수술을 할 수 없어서였다.

그의 흉부외과 동료는 지방병원에 교수 발령을 받고 밤낮으로 수술을 신나게 수술을 이어가던 어느 날 병원 차원에서 야간에 대동맥치환술 등 응급수술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심장수술을 하려면 마취과 의사, 간호사, 수술장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대거 투입해야 하는데 낮은 수가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지방에서 수술을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센티브 더 준다는 식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지도 않다. 의대증원 2000명을 늘린다고 이중 몇명이나 흉부외과를 선택할 지도 의문이지만 필수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대전제가 틀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의사를 재분배하고, 지방 의사들도 신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최근 흉부외과 전문의들도 개원·봉직의 길을 택하지만 그가 대학을 지키는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대동맥치환술을 지속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교육했던 후배 의사가 동료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현실에 씁쓸하기만 하다. 이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전공의들에게 힘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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