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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가이드라인' 발표에 의대교수들이 경악한 이유는

발행날짜: 2024-07-11 05:30:00

의학교육 '철학' '원칙' 배제…강제 진급에 모든 수단 총동원
"정부, 향후 1~2년 수준낮은 의사 양성 자인하는 꼴" 질타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안)을 두고 의대교수들이 당혹스러움을 넘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이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침대로라면 정상적으로 '의사'로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현재 의과대학 학사 운영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봤다.

의과대학은 학기제로 운영한다. 최근에는 블록 강의라는 개념을 도입해 6주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F 학점 여부를 학기말에 공개한다. 즉, 유급 여부를 1학기 말에 확정하도록 한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가이드라인 중 일부 캡쳐

다시말해 당해 학기의 전공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있는 경우는 유급으로 한 학년 전체를 재이수해야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학기별 성적처리 기한을 학년말로 변경하는 안을 담았다. 기존의 '학기' 단위에서 '학년' 단위로 전환함으로써 올해 1학기 학습 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게 그 취지.

이와 더불어 재시험(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성적사정회의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이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무조건 진급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일부 과목에서 F 등급을 받더라도 학년말까지 재이수 기획을 부여하고, I학점 제도를 도입해 성적평가 기간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교육부는 대놓고 의예과 1학년의 경우 유급없이 진급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과거 '유급' 조항만 있던 것에서 '의학과 진급요건'을 신설하고 2024학년도 한시적으로 특례조치를 적용해 총장 혹은 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유급적용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말 그대로 '강제 진급'시키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현재 의과대학 학사 일정은 시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정규 수업의 1/3 이상 출석일 수를 채우지 못하면 F등급을 부여한다. 의대생 휴학이 장기화되면서 의대교수들이 "수업을 하더라도 F학점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의학교육 커리큘럼의 변화다.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전체 의대 수업의 25%를 새로운 형태의 강의로 진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강의란, 과거 판서식 혹은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실습 및 증례 토론 중심의 수업. 강의 자료는 사전에 확인하고 수업시간에는 조를 짜서 토론을 진행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교육방식이다.

이는 과거 정형화된 수업에서 벗어나 미래의료에 대비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학기 운영 예시. 교육부는 위 유형과 관계 없이 대학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학기 및 교육과정 운영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업일 수(매 학년도 30주 이상)에서 2주 이내 감축 운영이 가능한 것을 고려해 최소화하고 학점 당 필요한 이수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자율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수업방식도 현재 새로운 형태의 수업은 커녕 야간·주말 시간대는 물론 전면 원격수업까지 허용하면서 수업일 수를 채우는 방안까지 내놨다. 기존의 원격수업 녹화영상을 활용하라는 팁도 추가했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실습 등 대면수업을 고수했던 의과대학들이 의대증원 이슈로 전면 원격수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 국립대병원 한 교수는 "정부는 1~2년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 넣어 진급시키면 그만이라는 식"이라며 "이는 곧 향후 1~2년간은 수준 낮은 의사를 양성할테니 그냥 참고 지나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십년간 의학교육의 질을 높여온 교수들 입장에선 정부가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현재 수술장 실습으로 3명 이상 되면 시야 확보가 안되는데 앞으로 늘어난 정원에선 상상이 안 된다"라며 "정부의 아무 말 대잔치에 현실감이 떨어져서 대꾸도 안 나온다"고 한숨을 지었다.

수도권 한 원로교수는 "의사면허증을 택배로 배달 할테니 의대생들은 동요하지 말라는 식"이라며 "황당한 가이드라인에 할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방의 한 의대생은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 발표에 의대생들도 황당해하고 있다"면서 "현재 휴학 중인 상황에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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