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에 따라 여러 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흔한 부정맥 중 하나인 심방세동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도가 높은 환자 또는 출혈 위험도 높은 환자의 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임상현장에서는 출혈 위험이 큰 고령 심방세동 환자 대상 약물치료가 화두가 되고 있다. 10년 넘게 사용한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irect Oral Anti-Coagulant, DOAC)'에 대한 적절한 활용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25일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의학부 그레고리 립(Prof. Gregory Y.H. Lip) 교수를 만나 고령 심방세동 환자 대상 DOAC 사용전략을 들어봤다.
DOAC 도입 10년, 맞춤 치료 트렌드 주목
그레고리 립 교수는 최초로 DOAC 4종의(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분석한 'CORAZON' 연구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연구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4개국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 대한 하위그룹 분석도 진행됐다.
평가변수는 각 DOAC 간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두개내출혈, 위장관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었고, 특히나 치명적인 두개내출혈을 비롯해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4가지 DOAC간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다만, 여기서 주목된 부분은 아픽사반(제품명 엘리퀴스)의 위장관 출혈(GI Bleeding) 위험이 다른 DOAC에 비해 더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립 교수는 "DOAC을 선택할 때는 환자가 어떤 프로파일을 가졌는지에 맞춰서 결정해야 한다. 가령, 환자가 출혈 위험이 높다고 예상된다면, 우선 출혈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다"며 "특정 DOAC이 임상시험이나 RWD를 통해 출혈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는 점이 확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픽사반이나 에독사반, 다비가트란 등을 사용하는 것이 출혈 위험을 낮춰줄 수 있고, 특히 CORAZON 연구를 통해 아픽사반이 위장관 출혈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레고리 립 교수는 DOAC 처방에 따른 환자 출혈 시 치료 중단이 아닌 적극적인 대처에 따른 빠른 치료 재개가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그레고리 립 교수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위장관 출혈 발생 시 바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이나 뇌졸중처럼 더 안 좋은 예후로 이어 질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위장관 출혈이 있을 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조절해 빠른 시간 내 항응고 치료를 재개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장관 출혈은 환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용종, 대장 게실 등으로 인해 발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도 DOAC이 출혈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성향을 조금 더 두드러지게 한다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선택지 많은 DOAC, 약제 변경 신경 써야"
여기에 지난 2월에는 비판막성 심방세동(NAVF) 환자 대상 DOAC 제제(아픽사반, 리바록사반) 전환에 따른 뇌졸중과 전신 색전증 및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을 평가한 대규모 리얼 월드 연구(ATHENS)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리바록사반에서 아픽사반으로, 혹은 아픽사반에서 리바록사반으로 전환한 경우에 대해 연구가 진행됐는데, NOAC 제제 처방 후 다른 NOAC 제제로 전환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레고리 립 교수는 "처음 아픽사반을 처방 받은 환자 중 아픽사반에서 리바록사반으로 치료제를 변경한 환자군에서 아픽사반 유지 환자군 대비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및 주요 출혈에 대한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반면 리바록사반을 처음으로 처방받은 환자 중 리바록사반에서 아픽사반으로 치료제를 변경한 환자군의 경우 리바록사반 유지 환자군 대비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위험은 비슷하게 나타났고 주요 출혈 위험은 더욱 낮아졌다"며 "DOAC을 처방하는 의료진들 중 DOAC 간 차이나 약제 변경을 크게 신경 쓰지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입증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레고리 립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고령의 심방세동 환자 대상 아픽사반 저용량 처방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출혈 위험을 줄이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뇌졸중 발생빈도와 병원 입원률, 환자 사망률을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허가사항(라벨)에서 권고 하는 것 보다 저용량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의료진 입장에선 환자의 출혈 위험이 우려돼 용량을 조금 줄이면 출혈 위험은 줄이면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잘못 된 생각이다. 허가사항과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레고리 립 교수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인 것 같다"며 "올해 초에 대만에서 부정맥학회가 있어 참석했는데 저용량으로 처방을 많이하는것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 똑같이 답변했다. 허가사항과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처방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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