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이어 신약을 쏟아내면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교체 투여에 대해 전향적 검토에 나서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직 해를 넘기면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만약 교체 투여가 가시화되면 방식에 따라 점유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마지막으로 개최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교차투여 급여확대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아토피피부염 시장의 경우 사실상 듀피젠트(두필루맙, 사노피)가 주도 중이다.
올해 8월부터 영유아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내년 초 출시가 예정된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 릴리)까지 6파전 양상인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상현장에서는 듀피젠트도 있지만 다른 치료제들도 임상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면서 제도 상 막혀 있는 교체투여 급여 인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도 교체투여가 급여로 가능해져야만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임상현장의 의견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을 알리는 기자간담회 등 행사를 열면서 임상적 효능·효과를 알리기 보다 '교체 투여' 필요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의학계와 제약업계의 요구가 국감까지 옮겨 붙은 것인데 복지부는 교체투여 허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의학계와 제약업계의 요구가 성공한 셈이다.
복지부 측은 "교차 투여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인해 현장에서 고가의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며 효과가 불분명해도 일차 약제를 지속 투여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최근 외국의 가이드라인 및 임상 논문 등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제시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 치료제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기준 안이 마련됨에 따라 조속히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마지막 심평원이 개최한 약평위에 해당 안건이 상정하지 않으면서 내년까지 논의를 이어가게 됐다. 정부가 임상적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추가적인 재정영향 분석 등 추가적인 검토 작업이 추가로 필요함에 따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주요국 중에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국가는 거의 없는데도, 현재 국내에서는 치료제 간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어 효과적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토피피부염은 이질적인 특성이 강한 질환으로 환자마다 자기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지영 교수는 "면역체계와 연관성이 높은 다른 피부 질환인 건선은 신약들 간의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환자들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제로 치료를 받고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 문제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계열별' 단계적 교체투여 이슈 부상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하며 치료제 간 교체투여 허용이 가시화 되자 구체적인 급여기준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체투여 시 계열별로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기준을 세워 단계별로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다.
현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크게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 두 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전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제제는 제2형 염증반응 만을 표적하는 치료제다. 그중 IL-4, IL-13의 신호 전달을 표적하는 듀피젠트의 경우, 최대 5년 간 꾸준한 증상 조절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제제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으로는 결막염, 주사부위반응이 있다.
JAK억제제는 생물학적제제보다 광범위한 면역 기전에 영향을 준다. 또한 JAK억제제 계열의 치료제는 혈액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고령, 암 병력, 심혈관계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JAK억제제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으로는 CPK(혈액 크레아틴 인산 활성 효소) 수치 상승, 감염, 오심, 여드름 등이 있다.
이러한 약제의 특성을 고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생물학적제제의 효과가 불충분할 때 JAK억제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 The American Academy of Allergy, Asthma & Immunology) 또한 국소치료제 및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한 전신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JAK억제제로 교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 본 대학교 피부 알레르기과 교수 등을 역임한 토마스 비버(Thomas Bieber)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특정 사이토카인을 대상으로 해 JAK억제제는 20여 개의 수용체를 한꺼번에 차단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각각의 치료제가 장단점을 갖고 있기는 하나 결국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피부과학회 장용현 보험이사(경북대병원)는 "듀피젠트의 효과가 뛰어나지만 다른 치료제들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모든 치료제가 허가 돼 있고 급여까지 적용돼 있다. 교체투여가 가능하도록 치료제 간 순서를 허가 때부터 차리라 조정했어야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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