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의대증원 2000명 발표…의료대란의 시작
2024년 2월, 정부가 의료개혁 과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그 즉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사직을 시작하고 의대생들은 일제히 휴학계를 제출하면서 의료대란이 시작됐다. 의료개혁을 통해 지역 내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겠다던 의료정책은 오히려 반대급부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의대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 반응은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과는 양상이 많이 달랐다. 2020년 당시만해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 주축이 되는 젊은의사 단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각 개인의 선택으로 그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젊은의사들의 구심점이 되는 단체는 없지만 단일대오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대표 단체가 없다보니 2020년 대비 국회, 정부와 소통 창구가 없어 퇴로를 모색하는 것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공의 사직 여파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학병원들은 이제 의대교수들의 이탈 러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병원계 인사들은 "대학병원 붕괴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5년 증원된 규모의 신입생이 입학을 해도 정작 이들을 교육할 교수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높다.
의대증원 2000명 추진에 따른 여파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의료계는 2025년 의대증원 전면무효화를 외치는 반면 일각에선 자칫하면 2026년 의대증원이라도 시급히 논의하자는 제안이 쏟아진다. 의료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 또한 수시 접수가 마무리되는 1월 초까지 해답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② 전 국민 충격 빠트린 '대통령 계엄'…아연실색한 의료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된 계엄령 6가지 사항 중,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은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기며 의료계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하게 됐다.
비상계엄령은 2시간 만에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 가결로 마무리됐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2주 만에 탄핵안이 가결되며 당분간 국정운영을 내려놓게 됐다.
하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정갈등의 협의 가능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고,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의료단체는 모두 즉각 탈퇴를 선언해 사실상 파행됐으며, 의정갈등 이후 움직임을 최소화하던 전공의들마저 거리로 뛰어나와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날 사직전공의와 휴학의대생 등 500여명은 '즉흥 개혁 규탄', '의료계엄 반대', '의료농단 주범 처벌', '의료농단 의대모집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학로 일대를 행진했다.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 또한 같은 날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시국선언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학을 겁박하면서 불법적으로 강행된 의대증원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의대증원 원점화를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의료개혁 정책은 사실상 더 이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건복지부는 당분간 기존 업무 수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비상계엄 사태 등) 어려운 상황으로 당장 의료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비상 진료체계를 차질 없이 운영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③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탄핵
지난해 11월 10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제42대 임현택 전 회장 탄핵이 결정됐다. 이날 의협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참석해 찬성 170표, 반대, 50표, 기권 4표로 75.9%의 찬성률을 보였다.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사유는 SNS에서의 막말 논란으로 인한 협회 명예 실추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상의 없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 사직 전공의 분열 시도 등이었다. 간호법 제정,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1차 실행 방안 미저지 등 미흡한 회무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정적인 것은, 임현택 전 회장이 서울특별시의사회 임원을 상대로 1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사건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방글을 올린 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뒤 처불불원서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특히 이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컸다.
이후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 전공의·의대생 단체들이 임현택 전 회장 탄핵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잇따라 내면서 탄핵 여론에 힘이 실렸다.
이후 의협은 박형욱 위원장을 필두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으며, 오는 2~4일 회장 보궐선거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는 7~8일 진행되며 차기 회장은 당선 직후 회무에 돌입한다.
④간호법 제정
의료계 오랜 쟁점이었던 간호법이 지난해 8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21일부터 간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당시 국회에서 재석의원 290명 중 283명이 이 법안 찬성했으며, 의사 출신 의원들 일부가 반대·기권했다.
제정 간호법은 기존 주요 내용이었던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진료지원간호사(PA)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이 장기화하면서 그 공백을 PA로 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이미 PA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준하는 처치·시술 등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간호법 제정으로 이들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당시 의료공백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8월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갈등 확산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이후 재의결에서 부결되며 최종 폐기됐다.
⑤ 탄핵 정국 속 재시동 거는 의료개혁…'상종 구조전환' 집중
정부는 지난 8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발표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및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환자 쏠림현상', '3분 진료' 등 의료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병의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고 응급·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원환자 분류체계 및 수가체계를 전면개편한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상급종병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2차 병원 등 진료협력병원과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전공의에게는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부터 기관 모집을 시작한 시범사업은 정부의 확고한 추진의지와 전공의 집단이탈 여파 등으로 현재 47개 상급종합병원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돼 의료개혁이 동력을 상실하며, 이마저도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상급종병 47곳은 모두 시범사업에 참여 중으로 총 3000개 이상의 일반병상을 축소하는 등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도중에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손해가 크다.
이에 정부는 이미 발표한 개혁안은 지속 추진한다고 밝히며 의혹을 일축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복지부는 (정국 혼란에) 동요하지 않고 기존 업무 수행에 집중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량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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