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회장이 정부·여당의 대화 요구에 2025년 의대 교육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플랜부터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응수했다.
9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회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여당의 대화 요청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부분이 있다며 각을 세웠다.
■정부·여당 의협 대화 요청에 "결정권자 먼저 결자해지"
앞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조속히 의정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9일 회의에서 김택우 신임회장에게 "유연한 자세로 소통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요청이 문제를 풀자는 의지를 보이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 있지만, 어떤 의제 없이 그저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면 정책 최고 결정권자가 결자해지하는 차원이어야 한다는 것.
특히 그는 현 사태를 풀기 위해 2025학년도 의대생 교육에 대한 정부의 마스터플랜 제시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올해 최대 7500명의 의대생을 한 번에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현 의학교육 인프라를 고려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해법을 의료계에 요구하는 태도였는데, 이를 먼저 제시해야 하는 건 문제를 만든 정부라는 반박이다. 또 김 회장은 정책 최종 결정권자가 책임 있는 자세로 마스터플랜 제시한다면, 의협은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 대해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의료계가 먼저 어떤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를 받아왔다. 하지만 문제를 만든 곳에서 이를 어떻게 풀지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함이 옳다"며 "그렇기에 잘못된 의료 개혁 정책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중간 평가로 정책을 수정·개선해야 하고 정책이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면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정부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수많은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아 문제가 악화됐다고 본다"며 "그렇기에 우선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보고 이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학교육 마스터플랜 거듭 촉구 "의학교육 불가능"
마스터플랜에 대한 데드라인 시점에 대한 질문엔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지, 그렇다고 해도 어떤 방향의 계획을 제시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의학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6학년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회장은 "의학교육이 불가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이런 상태에서 2026년 정원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지금까지처럼 흘러간다면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일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말씀을 전한다. 그렇기에 정부가 이 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 의사 총파업 등 대대적인 투쟁을 감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투쟁에 대한 방법은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정부·정치권에서 새로운 협의체 구성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의료계가 먼저 상황을 예단하고 말을 꺼낼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주 집행부 인선 마무리 "의료 사태 제대로 풀겠다"
차기 집행부 인선 등 회무에 대한 질의응답도 있었다. 김 회장은 이미 주요 보직자는 결정이 완료됐으며 개인 의견을 재차 확인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1주일 이내 집행부 출범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최우선 공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순서를 구분하는 것이 아닌 ▲의료정책연구원 지원사업 ▲정부·정당 정책 모니터링 ▲의협 내부 개혁 ▲수련환경평가위원회·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 ▲전공의 특별법 개정 논의 등 모든 공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공의 부회장 인선 등 전공의 목소리 반영과 관련해선 필요하다고 보는 사안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협과 전공의가 같은 목소리를 내며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선 이들이 협회 내부에 들어오는 것이 더 유효하다고 보지만,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체계를 따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회무 방향성과 관련해선 모든 직역·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 사항으로 꼽았다.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나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모든 회원을 위한 회무를 내부 토론을 거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그 일환으로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의협이 결정한 사안을 통보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현안을 논의해 결정하는 등 순서를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의협 내규상의 지역·직역 협의체를 상설화나, 대회원 토론회 개최 등 내부 소통을 활성화할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회원 권익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전문가단체로서의 의협의 역할을 다시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을 던지고, 의협은 반대하기에만 급급했던 기존의 악순환을 깨겠다는 각오다. 또 이를 위한 첫 과제로 의료 사태를 제대로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원 권익 강화와 정책적 제안을 위해선 하기 위해선 의협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강력한 힘은 우리가 원팀이 됐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낼 때 가능하다. 의협이 회원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많은 또 지지와 성원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과제로 의료 사태를 제대로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 중심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있기에 각 지역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함께 풀어주십사 말씀을 드린다"며 "회장으로서 솔선수범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함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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