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모든 의료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다른 주요 정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사태가 더 늦기 전에 대한의사협회가 이달 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전문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의정 갈등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 의료계엄 사태에선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가 정책에 주된 의제로 담기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의·의대생이 대거 합류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집행부는, 이들의 의견을 담을 환경이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한 정책으로 정부와 협상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다.
다만 의협이 교육부 의학 교육 마스터플랜 제시된 이후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더욱이 모든 의협 대응이 의대 정원에 매몰되면서 다른 중요한 주요 정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의대 증원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의료는 전공의 수련과 의학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현실적인 법안에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는 당연지정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많은 정부 정책과 법에 의해 이루어진 생태계다"라며 "의사들이 의대 증원 반대에만 집중하는 사이 예를 들면 문신과 대체조제 등 실제 진료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의대 정원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의 사과 및 책임자 문책 등 기존의 공통적인 요구 외에도 2025년 의대 선발 중지, 단계적인 의대 정원 감축안 등을 가지고 정부와 정책 협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안의 예시로는 5~3년에 걸쳐 300~500명의 의대 정원을 감원해 늘어난 증원분을 상쇄하는 방안이나, 추가 증원 중지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정부와의 협상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전공의·의대생 대표만의 의견이 아니라, 전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직접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의대생이 스스로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고 봤다.
이렇게 의협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런 여론이 현 사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황 회장은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서로 대안을 제시하라고 하면서 1년이 지났다. 전략적인 측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며 "정부는 탄핵 국면으로 무정부 상태고 그동안 무책임한 행동을 해왔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과연 누가 더 책임감이 있느냐는 측면에서 이제 대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무책임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협상 자체를 거부해선 안 된다. 전체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반영한 요구를 가지고 협상장에 나가야 한다"며 "2월 안엔 해결을 봐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그 어느 것도 내주지 않으려다가 다 잃어버리는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의료정책과 회무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협 집행부를 향한 촉구도 있었다. 현 사태의 중요 당사자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이 직접 의협 임원으로 회무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
이번 집행부에선 젊은 의사, 의대생 임원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로 확대됐다. 다만 아직까진 이들에게 충분한 의협 회무 경험이 있다고 보긴 어려워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는 우려다.
황 회장은 "집행부 참여뿐 아니라 의대생 준회원제 논의 등 파격 행보로,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의료정책뿐만이 아니라 의협 회무의 중심적인 위치까지 오게 됐다"며 "하지만 의료정책과 의협 회무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과거 집행부 들이 그러한 회무 경험 부족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온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이번 43대 의협 집행부는 일정 부분 의협 회무를 경험한 상근부회장이 계시고, 의협 회무를 잘 아는 부회장님들과 이사님들이 다수 포진했다"며 "이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과거의 불행한 전철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협이 국민 신뢰를 얻는 게 매우 중요한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료계 의견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황 회장은 "수많은 회원의 의견이 있는데 지금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의협이 됐으면 한다. 의사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처럼 한쪽으로만 몰리진 않을 것이다"라며 "국민의 공감을 받지 못하면 우리의 의견 전달되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의협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국민과 함께 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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