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 임명으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논의를 진행할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한 의료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약속하고 이 위원회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의 법적 위상과 권한, 구성에 따라 향후 의료 정책 논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해외 공론화 기구 형태는…숙의·권고 역할
23일 메디칼타임즈 조사 결과 해외에도 시민이 의료정책을 숙의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는 공론화기구가 다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아일랜드,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은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건강 형평성, 보험 접근성, 정신건강 등 보건의료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나 의회에 정책 권고를 전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법적 결정권은 없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아일랜드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무작위 시민 99명과 의장으로 구성된 Citizens' Assembly를 통해 낙태, 기후, 고령화 등 사회 이슈를 다뤘다. 이 위원회가 권고한 헌법 개정안은 2018년 국민투표로 이어졌고, 낙태금지조항 폐지를 이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CaliforniaSpeaks는 약 3500명의 시민이 참여한 보건의료 공론 포럼이다. 2007년엔 건강보험 확대와 재정 조달 방안을 주제로 권고안을 작성해 주 의회에 전달한 바 있다.
영국엔 NHS England가 2014년 조직한 NHS Citizens' Assembly가 있다. 이 기구는 정신건강, 의료 접근성, 환자 권리 등을 논의하고 NHS 이사회에 공식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스위스는 2024~2025년 연방 차원의 시민의회를 구성해 건강법 제정, 설탕세 도입, 광고 규제 등의 정책 권고안을 확정하고 이를 보건장관에 보고한 바 있다.
영국 런던 캠든 자치구 역시 약 5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지역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정신건강, 건강 형평성 등 지역 보건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 결과를 지방 전략에 반영했다.
이들 사례를 종합하면, 공론화위원회는 대개 공식 권한보다는 정책 권고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시민의 대표성과 숙의 절차를 통해 정책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모습이다.
또 구성을 보면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 패널을 중심으로 하되, 의료 전문가나 환자단체,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해 균형을 갖춘다. 결정은 다수결보다는 토론과 합의를 통한 권고안 형식으로 도출되고, 정부 또는 의회는 이를 수용하거나 공식 회신하는 절차를 밟는다.
■공론화위 의료계 우려 여전 "의대 증원 포석"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도 유사한 구조로 설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작위 시민 패널을 중심으로 의료계와 환자단체, 정책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숙의형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 인력 확충, 수가제도 개선 등 주요 정책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해외 사례대로라면 숙의형 공론조사와 토론, 최종 권고 보고서 제출이라는 단계적 운영이 예상된다.
의료계에선 국민과 함께 숙의하는 의료 개혁의 방향에는 공감하나, 의료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가체계, 인력 수급, 필수의료는 복잡한 영역이어서, 전문성 없는 판단이 오히려 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절차는 현장의 전문성이 반영되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요구다.
또 위원회 구성에서 의사단체 비율이 낮거나 발언권이 제한되는 경우, 의료계는 그동안의 협의체에서처럼 들러리만 서다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일각에선 공론화위원회가 의대 증원 등에 대한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국민이 참여해 의료 개혁 방향을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정책이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지 하는 우려는 있다"며 "수요자 의견만 반영될 경우, 정책이 단기적 여론에 휘둘려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의료계는 여러 협의체에 참여했지만, 정작 정책 결정에는 이렇다 할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채 의료계와 협의했다는 명분만 만들어준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의정 갈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의정 갈등을 해소하겠다면 의료현장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공론화위원회는 사회적 합의 기구"
반면 정치권에선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는 기존 기구와 다른 성격을 띨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위원회는 정책에 대한 숙의·심의 기구가 아닌 이해충돌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구로 역할이 분리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회적 합의라는 역할에 더 충실하기 위해 국회 중심 모델로 설계 중이다.
즉 공론화위원회는 특정 정책에 대한 숙의·권고가 아닌, 의대 정원이나 의사 형사처벌 완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공론화위원회가 의대 증원 등을 위한 명분 확보 수단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는 숙의·권고형 방식하고는 좀 다르다. 정부가 주관해서 국민 의견을 묻는 일반적인 방식하고는 다르게, 우리는 국회 중심 모델 위주로 설계하고 있다"며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이 먼저 정리하고, 정리되지 않는 사안은 국민의 뜻을 묻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우려가 있는 것 같은데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해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위원회는 의사수급추계위원회다. 공론화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구로 법적 책임도 성격도 다르다"며 "입장 차가 있는 사안을 중간에서 합의점을 찾도록 하는 역할로 의대 정원 규모를 공론화위가 정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