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 증원 근거가 미흡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료계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정 사태 당시의 의료계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관련 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27일 감사원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지난 정부의 증원 규모 결정부터 대학별 정원 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제시한 '2035년 의사 1만 5천 명 부족' 추계가 논리적 정합성을 결여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연구 결과에 단순한 지역 간 수급 불균형 수치를 합산해 규모를 과다 산출했고,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 효과도 보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근무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부족분이 5800여 명으로 줄어든 재추계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원 규모 결정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당초 500명 수준의 증원을 검토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거듭된 확대 주문에 따라 최종 2000명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협의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실질적인 논의도 생략됐다.
교육부의 대학별 정원 배정 또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위원회는 의대 교육 전문가 없이 구성됐으며, 현장 점검 한 번 없이 서면 자료에만 의존해 정원을 배정했다. 심지어 배정 기준을 특정 대학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일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감사는 국회 요구로 진행돼 이관섭 전 비서실장 등 주요 정책 라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제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정책의 유불리가 아닌 절차적 적정성 검증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복지부와 교육부에 각각 향후 정원 조정 시 합리적 근거 마련과 배정 업무의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며 주의 조처를 내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정부의 불합리함과 절차적인 하자가 공식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5월 정책 결정 과정의 위법성과 전문가 협의 왜곡, 국민 혈세 낭비 등을 이유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당시 의료계가 제기했던 핵심 문제점들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
의협은 정부가 감사원에서 지적한 모든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향후 의료 현안 논의 시 의료계를 포함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정협의체 등의 기능 점검과 개선을 통해 실질적이고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아울러 의대 증원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역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무리하게 강행한 의대 정원 확대의 후유증으로 의대생, 전공의에 대한 의학교육의 혼란을 이제서야 바로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급격히 불안해진 의료체계의 질서와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의 대가와 폐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번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협회는 정부가 정책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제도 설계와 정책적 타당성을 확보하길 바란다. 나아가 의료계와 협력하여 무너진 의료체계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의협은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 우리나라 의료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정부의 실질적인 책임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전협은 지난 정권의 의대 정원 증원 과정이 비합리적이고 폭압적이었다고 규정하며, 감사원이 지적한 논리적 정합성 부족과 절차적 정당성 미흡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다만 단순히 절차적 흠결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발생한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지난 1년 반 동안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게 된 배경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지목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가 부재했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의대 증원과 함께 약속됐던 교육 인프라 확충 미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대학별 학생 수용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일관성 없는 배정 기준이 적용돼, 선발된 학생들이 공간이 부족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환경에서 향후 6년간 교육이 이어질 경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짊어질 역량 있는 의사 양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대전협은 "의대생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고 역량 있는 의사로 성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라며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적절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부처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계엄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의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 일선에서 눈앞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며 "대전협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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