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좌심실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혈류 흐름을 방해해 심장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전조 없는 심장 돌연사를 유발하거나 부정맥,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그동안 oHCM 치료는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이 어려워 주로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뒤 두꺼워진 심근을 직접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시행됐다. 수술적 치료 역시 의료진 숙련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접근성에 한계가 존재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치료제가 등장, 지난해 본격 급여로 적용되며 임상현장 진료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캄지오스(마바캄텐, 한국BMS제약)'가 그 주인공이다.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홍그루 교수(심장내과)를 만나 oHCM 국내 치료 환경의 변화와 임상 현장에서 확인된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를 들어봤다.
신약 급여가 바꿔놓은 의료현장
사실 임상현장에서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HCM)은 '진단되면 사망하는 병'으로 인식되곤 했다.
HCM은 심장 근육(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있지만,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액이 나가는 통로 자체는 크게 좁아지지 않은 상태다. 심장 근육이 뻣뻣해져서 피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것이 주된 문제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심장 돌연사 위험이 높은 데다 오랜 기간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 기능 저하와 함께 심부전으로 진행되기 쉽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약물 치료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심장 이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
특히 HCM 환자 중 전체 70% 환자가 oHCM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두꺼워진 심장 근육(특히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중격)이 혈액이 나가는 통로를 물리적으로 좁아지게 만들어 낸 상태다.
홍그루 교수는 "그동안은 심박수를 늦추고 심장의 과도한 수축력을 줄이는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주로 시행돼 왔다"며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심근 절제술을 고려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심근 절제술은 가슴을 열어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직접 절제해야 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심장 판막이나 판막과 연결된 건삭(Chordae Tendineae)까지 함께 다뤄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라며 "의료진의 경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심근 절제술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하는 마지막 치료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발전이 더딘 이 같은 치료환경을 단숨에 뒤 바꿔놓은 것이 바로 캄지오스다. 기존 약물 치료에서 수술로 넘어가기 이전에 새로운 치료 단계를 임상현장에서 만들어냈다고 홍그루 교수는 평가했다.
홍그루 교수는 "캄지오스는 단순히 심박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심장 근육이 과하게 수축되는 것을 직접 억제해 혈액이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며 "그래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모든 환자가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심장 근육의 문제 외에도 건삭이나 판막을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판막 자체 기능이 이전부터 떨어져 있거나 유전적인 원인으로 심장 구조의 문제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서는 수술이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치료제만 급여? 진단기준 손 봐야
이처럼 캄지오스가 2023년 식약처 허가 이후 2024년 12월 급여로 적용되면서 oHCM 환자들의 삶의 질은 이전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실제로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홍그루 교수는 "정상적인 심장은 좌심실과 유출로(LVOT) 압력 차가 거의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심각한 oHCM 환자에서는 이 압력 차가 50mmHg, 심하면 100mmHg 이상까지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심장에서 혈액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해 숨이 차는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캄지오스 치료 후에는 수술에 버금갈 만큼 압력 차이가 거의 사라지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덕분에 치료 이후에는 조깅 같은 운동도 큰 무리 없이 가능해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홍그루 교수는 치료제 도입과 맞물려 HCM의 진단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상인의 경우 심장 근육 두께는 아무리 두꺼워도 보통 1cm를 넘지 않는다. 반면, HCM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 근육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15mm 이상이거나 가족 중 HCM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을 경우 13mm 이상일 때 진단 기준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모든 환자군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10대 환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심장 근육 두께가 6~7mm 수준이다. 이런 환자에서 심장 근육 두께가 11mm로 측정된다면 분명 정상 범위를 벗어난 비정상 소견이지만 현행 진단 기준상으로는 HCM으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홍그루 교수는 "실제 이상 소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한계로 인해 진단이 애매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경쟁적인 운동을 많이 하는 선수들에게 정상적인 훈련의 결과로 심장이 두꺼워진 운동선수 심장(Athlete’s heart)과 HCM으로 인한 비후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과 다양한 검사를 종합해 정밀한 감별 진단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스크리닝 환경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되지 못한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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