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보령이 사노피로부터 도세탁셀 성분의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 제네릭 '디탁셀'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악재보다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50억원 규모의 제네릭을 포기하는 대신 글로벌 오리지널 자산을 손에 쥔 보령이 국내 도세탁셀 시장의 판도를 새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령은 한국·중국·독일·스페인·남미·중동 등 전 세계 19개 국가 및 지역에서 탁소텔의 판권·유통권·허가권·생산권·상표권 등 비즈니스 전반의 독점적 권리를으며, 최종 계약 규모는 최대 약 1억7000만 유로(약 2796억원)로 확정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 전체를 인수해 직접 글로벌 판매에 나선 것은 이례적. 공정위는 이를 국내 도세탁셀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에서 2024년 매출 기준으로 사노피(탁소텔)는 64.7%로 1위, 보령(디탁셀)은 13.8%로 2위로, 양사가 결합할 경우 합산 점유율이 최대 78.5%에 달하는 압도적 독과점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보령은 디탁셀 관련 영업 자산을 6개월 이내에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탁소텔은 오리지널 세포독성항암제로, 유방암·비소세포폐암·전립선암·위암·두경부암 등 7개 주요 암종에 걸쳐 수술 전후 보조요법부터 전이성·진행성 암의 1차 치료까지 표준 요법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및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요법에서 필수적인 핵심 약제로 분류됐다.
보령 측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공정위와 긴밀히 논의해 온 결과로, 정부 지침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디탁셀을 매각하더라도 대신 오리지널 자산을 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항암제 시장의 특성과 보령만의 영업 역량을 결합해 탁소텔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 현장도 큰 여파는 없을 전망이다. 빅5 병원의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도세탁셀은 폐암과 유방암 등에서 핵심적으로 쓰이는 세포독성 항암제"라며 "디탁셀이나 탁소텔 모두 성분·용량·사용법이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임상적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물 교체 과정의 행정적 절차는 단기적 숙제로 남는다. 해당 교수는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도세탁셀 성분 약제를 한두 가지 코드만 지정해 사용한다"며 "기존 제네릭이 매각되면 원내 약사위원회(DC)를 통해 새로 코드를 잡는 등 일시적인 번거로움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의료 현장의 대체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특히 항암제는 오리지널에 대한 신뢰감과 선호도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보령이 탁소텔을 직접 생산·공급하게 된다면 병원 입장에서 해당 약제를 우선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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