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처방약을 10종 이상 복용하는 만성질환자가 5년 새 54% 급증해 144만 명에 육박했다. 특히 85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는 2.2배 늘어나는 등 약물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약물 중복 처방을 점검·조정하는 정부 관리사업 참여율은 대상자의 0.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종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는 2020년 93만 2731명에서 2025년 143만 8981명으로 5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5종 이상 복용자 역시 484만 417명에서 653만 1224명으로 34.9% 늘었다.
고령층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85세 이상 10종 이상 복용자는 2020년 10만 7551명에서 23만 7611명으로 2.2배 폭증했다. 전체 10종 이상 복용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8만 2072명으로 82.1%에 달했다.
질환별로는 당뇨병 환자가 53만 8886명, 고혈압 환자가 49만 9875명 순이었다. 인지기능 저하로 약물 오남용 위험이 큰 치매 환자 중 10종 이상 복용자는 21만 5402명으로, 5년 새 81.9% 증가했다.

반면 건보공단의 '다제약물 관리사업' 참여 규모는 환자 증가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만성질환자 중 다종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사가 복용 상태를 점검·상담하고, 의료진과 연계해 중복 처방이나 부적절한 약물을 조정하는 제도다. 지역사회 모형을 비롯해 병원, 장기요양시설 모형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사업에 참여한 인원은 1만 1613명으로, 전체 10종 이상 복용자(143만 8981명)의 0.8% 수준에 그쳤다. 2018년 시범사업 시작 이후 올해 7월까지의 누적 참여자도 5만 2319명에 불과했다.
사업 예산 역시 정체 상태다. 지난해에는 편성 예산(16억 5000만 원)을 초과한 17억 3000만 원이 집행됐으나, 올해 예산은 전년도 실집행액보다 9000만 원 줄어든 16억 4000만 원으로 편성됐다.
약물 조정 사업의 효과는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공단이 2022년 제출한 연구용역(다제약물 관리사업 제도화 방안 마련)에 따르면, 사업 참여자의 3개월 뒤 응급실 이용 횟수는 미참여자 대비 지역사회 모형에서 23%, 병원 모형에서 33% 적었다.
65세 이상에서는 감소 폭이 각각 27%, 37%로 더 크게 나타났다. 병원 모형 참여자 2188명 중 30.9%(676명)가 약물 조정을 받았으며, 이 중 418명은 복용 약물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서영석 의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어르신들의 다제약물 복용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업은 9년째 시범사업 단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이용 감소 등 실질적인 임상·재정적 효과가 입증된 만큼, 전국 단위로 시행 중인 통합돌봄 체계와 연계해 지역 약사와 의료진이 환자의 복용약을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본사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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