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6년 세제개편안으로 병·의원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분 적용) 30년 개원한 원장님의 병원 자산 60억 원은 상속세 없이 넘어가던 구조가 사라지고, 같은 재산에 27억 원 안팎의 상속세가 붙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남은 선택지는 '상속 시점에서의 공제'가 아니라 '피상속인인 원장님 생전의 구조 설계'이고, '구조설계'의 핵심은 '병원 부동산을 누가 보유하느냐'는 것이다.
왜 원장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 보유해야 하는가
원장님 개인 명의로 병원 건물을 보유하면 건물 가치가 오를수록 상속재산이 그대로 불어나고, 병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감가상각비와 대출이자, 재산세 정도에 그치며, 은퇴 후 임대로 전환하면 임대소득에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종합소득세가 붙는다. 반면 부동산법인이 보유하면 병원은 임차료 전액을 경비로 처리하고, 법인의 임대소득은 법인세로 과세가 끝난다.
임대업 위주 소규모 법인은 2억 원 이하 구간에도 기본세율 10%가 아닌 20%(지방소득세 포함 22%)가 적용되지만 원장님 개인의 49.5%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이고, 세후 수익은 법인에 유보돼 주주인 자녀 등의 지분 가치로 쌓인다.
# 사례 3. 이전 편에서 살펴봤던A원장님이 병원 토지·건물(시가 50억 원)을 부동산법인으로 이전하고, 병원이 법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연 3억 원(수익률 6%)의 임차료를 법인에 지급하는 경우.
임차료 3억 원은 병원 경비이므로 A원장님의 소득세는 연 1억4,850만 원(3억×49.5%) 줄고 이에 연동하여 건강보험료도 낮아진다. 반대로 법인은 22% 세율로 약 6,600만 원의 법인세를 내므로 가족 전체로 매년 약 8,250만 원의 세금이 줄고, 세후 약 2억3,400만 원이 매년 부동산법인에 유보된다. 10년이면 23억 원이 상속세 없이 법인에 쌓이고, 향후 상속세 납세 재원으로도 쓸 수 있다.
[핵심 전략] 부동산 법인이 부모의 건물을 '사는' 구조
원장님들께 이런 방안을 제안 드리면, "자녀에게 건물 살 돈이 없는데 어떻게 법인이 50억 원짜리 건물을 취득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답은 증여가 아니라 법인이 부모로부터 매수하고 그 대금을 부모가 법인에 대여하는 구조에 있다. 부동산법인에 부모가 무이자로 대여하면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상증세법 제45조의5)가 적용되는데, 대여금×4.6%에 지분율을 곱한 금액이 주주 1인당 연 1억 원 미만이면 증여세가 없다.
자녀 1인 100% 지분이면 약 21억7천만 원, 4인 균등 지분이면 약 86억9천만 원까지 가능한 계산이다. 이 구조의 효과는 원장님 재산이 '건물'에서 '법인에 대한 채권 50억 원'으로 바뀐다는 데 있다. 이후 건물이 80억 원으로 올라도 상속재산은 채권 50억 원(액면)이고 상승분 30억 원은 법인의 몫이다.
법인은 임대수익으로 채권을 매년 상환하고, 그 현금은 원장님의 노후 자금이나 10년 주기 분할증여의 재원이 된다. 다만 부동산을 법인으로 옮기는 방법은 매매 외에 현물출자도 있고, 자녀 구성과 부동산 가액에 따라 두 방식을 조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많으므로 구체적인 구조는 세무사와 상담해서 정해야 한다.
[트랙 A] 자녀가 같은 과 전문의라면 : 병원은 포괄양수도로
만약 자녀가 병원을 이어받을 수 있는 같은 과 의사라면 승계를 상속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 부동산을 법인으로 옮긴 뒤 병원 사업 자체는 생전에 자녀에게 포괄양수도한다. 포괄양수도로 사업을 양도하는 경우 부가세 부담이 없고, 의료장비와 영업권에 대한 양수도 대금을 정하면 원장님은 은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자녀가 목돈을 따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인수 자금은 부동산법인에 축적된 임대수익을 적정 이자율(4.6%)로 대여받아 치르고, 이후 병원 수익으로 갚아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자녀 개인의 자금 부담 없이 병원을 넘겨받는 구조다.
[트랙 B] 자녀가 의사가 아니라면 : 법인 안에서 새 사업을
자녀가 의사가 아니면 의료법상 병원 승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병원은 제3자에게 양도하되, 부동산법인의 정관에 목적사업을 추가해 자녀가 법인 안에서 새 사업을 시작하는 구조가 대안이다. 병원 임대수익이 자녀 사업의 종잣돈이 되고, 자녀 개인에게 사업자금을 증여하는 대신 법인이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증여세 없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부동산법인, 만능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법인을 활용한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입 비용과 사후관리를 먼저 따져야 한다. 첫째, 이전 시점에 원장님에게 양도소득세, 법인에 취득세가 발생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설립 5년 이내 법인의 부동산 취득은 취득세 중과(약 9.4%) 대상이므로 회수 기간을 반드시 계산해야 한다.
둘째, 병원과 법인은 특수관계이므로 임차료는 시가 수준이어야 한다. 셋째, 부동산 비율 80% 이상인 법인의 주식은 순자산가치만으로 평가되므로 지분은 설립 초기에 확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넷째, 이번 개편안은 비사업용 토지 중과를 강화(개인 +20%p, 법인 추가과세 20%)했으므로 병원 부속토지가 비사업용으로 판정되지 않도록 사용 실태를 관리해야 한다.
개정안 시행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병원 부동산을 개인 명의로 보유한 원장님, 자녀가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원장님이라면 너무 늦지 않게 지금의 자산 구조에서 자녀에게 세 부담을 최소화하며 넘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시길 권한다. 부동산법인으로의 이전은 그 설계의 한 축일 뿐이다.
상속개시 전 10년 이내 증여는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되므로, 10년 주기의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한 금융자산 분할증여, 법인 설립 초기 낮은 가액에서의 지분 증여를 법인 구조와 함께 병행해야 상속재산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시작이 빠를수록 합산에서 벗어나는 증여가 늘어난다. 가업상속공제라는 안전판이 사라진 자리는 결국 원장님이 미리 설계해 둔 구조가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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