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행 일정을 확정한 수가 개편에는 병원의 인력과 자원 배분을 바꾸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검사 분야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를 조정하고, 기본진료와 중증수술, 야간·휴일 응급진료에 더 많은 인력과 시설이 투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최근 복지부 출입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이번 수가 개편의 배경과 향후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부는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투자계획 중 2조7000억원의 시행 일정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9000억원은 연내 추가 논의를 거쳐 시행 시기를 정한다. 전체 투자 계획이 이행되면 지출 조정분과 비교해 연간 약 1조원의 재정이 추가 투입되는 구조다.
유 과장은 이번 개편의 핵심 배경으로 특정 진료행위의 보상이 지나치게 높으면 병원 경영진이 인력과 비용을 해당 분야에 집중시킬 수 있는 경영적 판단을 들었다.
유 과장은 "과보상 영역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는 것은 전체 의료공급체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개편은 기계와 장비를 활용하는 분야의 과다 지출을 조정하고, 사람이 수행하는 기본적인 필수진료와 수술·마취 등에 보상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사 중심 수익구조 조정…기본진료·응급 대응에 보상
정부가 우선 보상을 강화한 분야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기본 진료와 중증·응급 진료다.
2027년 1월부터 의원급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는 초진 6%, 재진 4% 인상되며 병원급 이상은 초·재진 모두 2% 오른다. 의원 초진진찰료는 환산지수 연계 조정까지 반영하면 2026년 1만8840원에서 2027년 2만1210원으로 인상된다.
입원료 기본수가도 일반병실 7%, 중환자실 10%로 높이고 간호인력 배치 수준에 따른 가산을 확대한다. 중증·응급 진료에서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1670개 중증 수술·시술 수가를 20% 상향하고, 야간·휴일 응급 중증수술 가산은 기존 최대 350%에서 450%로 늘리는 동시에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 보상도 강화한다.
이는 단순히 진료행위별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유 과장의 설명이다. 병원이 기본진료와 응급·야간 대응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도록 보상체계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유 과장은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대상 기관을 살펴보면 야간·휴일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병원이 규모와 관계없이 표준진료를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료기능에 보상을 집중해 의료기관이 진료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수익을 확보하기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개별 병원의 손익을 일률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총액이 약 1~2% 순증하는 방향을 잡았다.
특히 중증환자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 반면 검사 비중이 높은 일부 의료기관은 수가 인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 위축되지 않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더 주는 수가…환자와 인력 이동은 별개 문제
지역 우대수가 역시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보상 수단이다.
정부는 2027년 3월부터 비수도권과 수도권 6개 의료취약지의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수술·처치 등에 수가의 10%를 추가 보상한다. 이번에 시행 일정이 확정된 지역 우대수가 규모는 연간 3000억원이다.
유 과장은 "의료전달체계와 인력정책이 맞물려 비수도권의 진료 제공량이 늘어나면 실제 투입되는 재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우대수가로 추가 지급되는 금액이 환자의 본인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하지만 지역 의료기관에 수가를 더 지급한다고 의료인력과 환자가 곧바로 지역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유 과장 역시 "보상은 사실 어떻게 보면 반쪽"이라며 지역 우대수가만으로는 의료인력이나 환자를 지역에 모으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말했다.
지역의사제 등 의료인력 정책과 거점병원 육성, 관련 예산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하며,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선 환자가 체감하는 진료환경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과장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처럼 환자 안전과 편익을 높이는 사업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지역 의료기관 이용 시 환자 본인부담률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진료행위가 늘어날수록 의료기관의 수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보다 환자 관리와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 등 행위별 수가만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기능에 별도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기관 단위로 보상할 수 있는 근거와 행위별 수가 외에 의료기관과 별도 계약을 맺는 공공정책급여의 근거가 마련된 상황이다.
유 과장은 "진료량을 늘리는 것보다 환자의 건강 성과를 개선하고, 지역 내 치료 충족률과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을 높이는 데 보상이 이뤄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 '1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제시했다. 환자를 등록해 주치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대형병원 이용을 줄이면 그 과정에서 절감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일부를 의료기관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의료기관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유 과장은 "내원을 얼마나 줄였는지는 건강 성과에서는 지표가 되면 안 된다"며 단순한 의료이용량 감소를 성과로 판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평가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질환군과 중증도, 건강성과, 지역 내 의료이용 충족률 등을 분야별로 체계화할 계획이다.
성과평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의료행위 재분류 작업도 추진된다. '의료행위 재평가 및 재분류 추진단' 구성을 위해 11월 초 위원 추천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같은 달 말 첫 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건정심에서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나머지 9000억원 규모의 투자 과제도 후속 논의가 이어진다. 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 등의 1차의료 심층진찰·상담 시범사업,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보상 강화, 중환자실 내 새로운 처치 수가 신설 등이 포함된다. 급성기 재활과 회복기 의료기관에 대한 성과보상도 후속 논의 대상이다.
유 과장은 "가능한 과제부터 11월 건정심에서 다루고, 남은 부분은 12월까지 논의해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아울러 비용 대비 수익 자료를 토대로 2년마다 수가를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하면 2년 주기가 도래하기 전이라도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을 상시 운영해 개별 항목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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