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춘 서울아산병원장
“도둑질을 안 하는 데 자꾸 도둑놈이라고 하니 우울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박건춘 원장은 2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병원 진출, MRI 급여화, 의료사고 등 병원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먼저 박 원장은 전국에서 몰려오는 중환자와 이를 못 따르는 수가, 의료사고의 위험 등 병원장으로서 어려웠던 점을 회고했다.
박 원장은 “원장 재임 2년 동안 보건당국에서 목을 죄어오는 것이 항상 마음이 슬프고 어렵다”면서 “도둑질을 안 하는 데 자꾸 도둑놈이라고 어쩌겠냐”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2~3시간 기다려 3~4분 진료를 비난하면서도 정부는 수가를 결정할 때는 하루에 80~100명 환자를 보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원장은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는 “많은 병원에서는 의료사고시 해당 의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진의 진료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있으며 결국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환자가 많아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은 서울아산병원이지만 재임기간이나 그 이후로도 의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박 원장은 또 외국병원의 국내 진출, 최근 시사매거진 2580 보도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박 원장은 외국병원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는 “미국은 자국의 의료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의료개방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며 “다만 미국병원이 경제특구에 진출한다면 부수적인 조건들이 국내병원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매거진 2580>에 관해서는 “직접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비의료인이 수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의사협회가 재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RI 급여화에 대해서는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급하게 시행을 밀어붙이는 것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서울아산병원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앞선 의술이 기본 전략”이라며 “믿을 건 실력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박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병원장이 아닌 의사로서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칼을 놓은지 4년째인 박 원장은 “처음에는 몹시 서운하더니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오랜 수술 끝에 양쪽 무릎이 망가졌지만 외래 진료보다 수술이 더 즐거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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