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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의료기 불법사용 공개 파문 확산

안창욱
발행날짜: 2005-06-13 06:45:04

의협·범대위 "정부 조사 요구"...한의협 "법 잘못된 것"

최근 한의사협회가 한방의료기관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실태를 공개하자 의료계는 이 같은 불법행위를 단속할 것을 정부에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의협 관계자는 12일 “한의협이 한방의료기관의 명백한 불법행위 자료를 공개한 상황에서 그냥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한의협이 불법을 자인한 만큼 보건복지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의사협회 최원호 부회장 겸 홍보이사는 최근 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한방의료기관의 의료기기 사용현황 및 개선방향’을 주제발표하면서 민감한 자료를 내놓았다.

과거 한의협 조사 결과 한방의료기관들이 진단용 의료기기로 혈당측정기, 맥진기, 양도락, 생혈액분석기, 혈액분석기, 방사선필름판독기, 초음파진단기, 체성분분석기, 체지방측정기, MRI, CT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회장은 이들 의료기기를 매일 적극 사용하는 한방의료기관의 비율도 공개했으며, CT의 경우 22%, MRI도 44%에 달했다.

최 부회장은 한방의료기관들이 치료용 의료기기로 간섭파치료기, TENS, 초음파치료기 등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기기를 매일 사용하는 한방의료기관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날 세미나에서 복지부 진행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 자료는 한의원의 의료기기 사용 필요성을 차치하고라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며, 상당히 위험한 내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진 과장은 “지난해 행정법원에서 한의사의 CT 사용이 합법이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유지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한의협이 한방의료기관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실태를 공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범의료 한방대책위원회(위원장 장동익)도 공세에 들어갔다.

장 위원장은 “복지부가 위험한 자료라고 표현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달말 범대위 회의에서 한의협의 발표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해 한방의료기관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실태를 강력히 단속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 최원호 부회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한방의료기관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지만 저주파치료기를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하는데 왜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느냐”면서 “이는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부회장은 “전국 8천여개 한방의료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범법행위로 고소되면 현행 제도의 부당성을 오히려 알릴 수도 있어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의료계가 이제 와서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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