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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항생제 눈가리기 "코드·상병 바꾸자"

발행날짜: 2006-03-10 11:57:21

처방률 공개 불만 팽배...허점 이용 장부만 손질 조짐

<긴급진단>항생제 처방률 공개 1개월

복지부가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한지 9일로 만 한달이 지났다. 당시 복지부는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소송 결과를 수용, 전국 병의원의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했고, 처방률이 높은 일부 의료기관들은 병원 실명이 공개되면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 한 달, 의료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점검했다. <편집자주>
개원의, 처방 위축...환자 큰 변화 없어
개원가는 정부의 비전문적인 항생제 처방률 조사 및 결과에 대해 비전문가집단이 전문가집단을 제약하고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양천구 신정동 S의원 이모 원장은 "솔직히 짜증나는 일"이라며 “항생제 처방률 공개 이후 처방하는 데 있어 위축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역삼동 K이비인후과 이모 원장 또한 “의료에 대해 비전문가집단이 전문가집단을 제약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의료에 대해 비전문가집단인 시민단체와 정부가 항생제 처방률에 대해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조사해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정부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항생제 처방률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강남구의 G내과의원 김모 원장은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일 신경 안쓴다”며 “항생제 처방에 대해 질문하거나 문제제기하는 환자도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다만 진료 기록부 작성에 신경 쓸 뿐 항생제 처방률 공개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원의, 진료기록 작성에 변화
항생제 처방률 공개에 대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환자들은 무감각하게 반응하고 있는 반면 개원의들은 진료기록 작성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개원의들의 진료기록 방법이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방안이다.

신정동 S의원의 경우 과거 대부분 급성상기도감염으로 구분하던 감기환자를 이제는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기관지염도 만성과 급성을 나눠 항생제 처방을 하는 질병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진료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단명에 따른 처방전 코드를 일일이 찾아 기록하느라 진료시간도 길어졌다. 과거 한 두 가지만 사용하던 코드를 이제 세분화 해 작성한다.

이 원장은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개원가도 마찬가지로, 만약 지금 정부가 다시 항생제 처방률을 조사한다면 수치상으로는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겠지만 실제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K이비인후과 이 원장은 “정부의 항생제 처방률 조사는 제1상병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급성 비염과 중이염이 함께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제1상병명에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는 비염을 적어 항생제 처방률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항생제 발표이후 주변의 의사들은 항생제 처방률 조사의 허점을 이용해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기 위해 병명 바꾸거나 주상병명과 부상병명이 바뀌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발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환자 피해...사회시스템 아닌 교육으로 해결해야
강남구 C산부인과 최모 원장은 "항생제 처방률 공개로 환자들과 의사 사이의 신뢰가 더욱 무너져 의사의 처방이 잘 듣지 않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원장은 "항생제 공개이후 무조건 항생제가 나쁘다는 인식을 갖게된 국민들이 의사가 약을 처방해도 항생제는 빠고 먹는다든지, 7일치를 3일만 먹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따졌다.

K이비인후과 이 원장은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비전문적인 조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항생제 처방률 줄이는 방안을 사회적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비합리적인 태도로 결국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편법만 늘어갈 것"이라며 "차라리 의협이나 각 학회 차원에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수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접근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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