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원장들은 노인요양시설 강연을 한 반향으로 앉아 메모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의사이자 경영자임을 자부해온 중소병원 원장들의 현재 고민은 의료법일까, 경영성 제고일까.
최근 열린 중소병원협의회(회장 정인화) 제9차 정기이사회는 기존 회의와 다른 모습인 원장들의 열정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중소병협은 복지부 최영호 노인요양운영팀장을 초청해 '중소병원의 노인요양시설 운영방안'에 대한 특강 시간을 마련했다.
상호간 인사치레로 참석해 현안만 점검하던 이사들이 최영호 팀장의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운체 메모를 하면서 경청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평소 같으면 회의 시작 후 일찍 퇴청(?)하는 원장들의 모습이 적잖게 눈에 띄었으나 이번 노인요양시설 강의로 참석자 전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최영호 팀장은 "중소병원의 노인요양시설 전환은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과 대도시 부지확보 어려움, 지역주민의 님비현상 등을 대처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국고보조금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시켜 중소병원의 경영악화 개선과 정부의 시설확충 가속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특히 "개인을 제외한 의료법인 등 법인체는 국고지원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고 "신축이 아닌 개보수(리모델링) 비용으로 평당 180만원을, 입원환자 1인당 740만원을 운영비로 지원할 방침"이라며 파격적인 정부지원책을 제시했다.
특강 후 토의시간 동안 노인요양시설을 운영중이거나 이미 신청한 원장들은 현 제도의 보완과 재정적 지원강화를 간곡히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 고령사회에 대비한 중소병원계의 제3의 길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의료법 개정에 대한 병협 회장의 늦장 행보를 비판하면서 중소병원의 동참을 역설한 백성길 자문의 갑작스런 연설에 참석 이사진 모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사회에 참석한 김철수 병협 회장이 강조한 '경영자 이전에 의사이기 때문에 의료법 실무작업반에 불참한다'는 내용이나 백성길 자문이 언급한 '의협과 공조해야 한다' 모두 중소병원 원장들의 귀에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듯한 양상이다.
결국, 경영자와 의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소병원 원장 상당수가 '수입'과 '지출'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수 십명, 수 백명 구성원의 식사준비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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