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어린이병원(병원장 김덕희)이 예상을 깨고 개원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껏 고무된 어린이병원은 앞으로 환자 복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소아환자 치료의 아시아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세브란스병원이 어린이병원을 개원하려고 하자 여기저기에서 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아환자에 대한 수가가 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린이 전문병원을 개원할 경우 수십억원의 적자가 날 게 불 보듯 뻔하고, 그렇게 되면 연세의료원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어린이병원을 운영중이던 서울대병원이 매년 4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1년이 지난 현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성적표는 어떨까.
김덕희 병원장은 13일 메디칼타임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준 덕분에 적자를 내지 않고 많지는 않지만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료실적을 보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우선 일평균 환자수를 보면 어린이병원 개원 이후 9개월(’06년 6월~’07년 2월)간 532명으로 2005년 평균인 433명보다 무려 23% 늘었다. 입원환자 역시 2005년 평균 193명에서 220명으로 14% 증가했다.
어린이병원 전체 진료수입도 개원전과 비교할 때 약 20% 증가했고, 일평균 외래수입은 개원전 대비 20%, 일평균 입원수입은 21%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입소문을 타고 중증도가 높은 소아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을 김덕희 병원장은 더 뿌듯해 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다 연세의료원은 1년 전만해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어린이병원을 설립한 댓가로 대외적인 이미지 향상이라는 반대급부를 얻었지만 이제는 흑자를 보면서 세브란스 정신을 실천할 수 있게 돼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김 병원장은 “어린이병원은 소아과만 있는 게 아니라 소아외과, 정신과, 혈액종양내과 등이 모두 들어와 있어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며 다시 한번 공을 전체 직원들에게 돌렸다.
무엇보다 어린이병원이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어린이병원은 3개과 이상이 협진을 하는 소아암 전문클리닉과 간질 전문클리닉, 뇌성마비 전문클리닉, 이분척추증 전문클리닉, 발달장애 전문클리닉을 운영중이다.
특히 발달장애 전문클리닉은 소아신경과와 소아정신과, 소아재활의학과 의료진들이 한 진료실에서 통합진료를 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고, 협진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아가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어린이병원은 성공적인 개원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30일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과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이 기간 두 병원간 자매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 내달 8일에는 개원의들을 초청해 소아청소년질환 심포지엄을 연다.
개원 1주년을 맞은 어린이병원의 새로운 목표는 소아환자 복지 증진이다.
김덕희 병원장은 “지방환자들이 화학요법 치료를 받기 위해 상경할 때마다 입원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라면서 “환자 복지시설을 지어 최소비용으로 숙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어린이병원은 환자 복지시설을 국내 처음으로 건립하기 위해 독지가로부터 기부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 병원장은 “우리 병원 간질클리닉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전문진료를 보다 강화해 아시아 소아질환 허브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다만 김 병원장은 “어린이병원이 전체적으로 흑자를 내긴 했지만 소아과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은 월 1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다”며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가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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