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들어 각 공단의 수장(首長)들이 속속 교체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지난 참여정부에서 코드 인사로 임명되었던 사람들이 정권 교체와 더불어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사회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여러 공단들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한 국가적인 손해와 그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 첫 단추를 꿰는 당연한 인사(人事)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의료계의 관심에 초점이 되는 곳은 역시 건보공단이다. 아시다시피 건보공단은 새 정부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손꼽히는 1순위 대상의 하나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건보공단의 관리비 비율이 약 4%로서 작년에는 드디어 1조원을 넘어섰다. 이것은 이웃 대만의 약 2%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되는 엄청난 비용으로서 이미 작년도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의해 신랄하게 지적당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보공단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자 전국적으로 6개 조직으로 나누는 분리안도 거론되고 민영의료보험 도입과 맞물려 건강보험에 있어 복수 보험자 설치를 둘러싼 논쟁까지 가열되고 있으니 작금의 건보공단은 창립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나 국민들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건보공단이 조속히 효율성을 제고하고 건강보험의 충실한 관리자로서 다시 자리매김 해야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어렵사리 조언을 몇 마디 드리고 싶다. 우선 분명한 것은 앞으로 건보공단은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단일보험자로서의 위치가 더 이상 지속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점적 권리를 마음껏 누리던 여타 공기업들이 그랬듯이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민영화가 이루어지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나 자구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이 임명될 건보공단의 수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인다. 자고로 위기의 상황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강단이 있는 지도자가 적격이다. 누차 지적된 건보공단의 방만한 경영을 개혁하려면 정부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들인 의약분업이나 무리한 보장성강화 등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못된 정책들은 수정하고 전문가와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새로운 사업들을 개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이명박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의료산업화에도 발맞추고 보다 자유로운 경쟁 체제 하에서도 건보공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보건의료복지 전문가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그동안 소원하다 못해 적대적 관계였던 의료계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건강보험제도를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서 합심협력 할 수 있는 정치력도 갖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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