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투표권 완화의 건을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이날 임총에서는 모두 3개의 안건이 상정됐는데 우편투표와 기표소 투표 병행의 건만 통과되고 투표권 완화와 관련한 2개 안건은 참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치러지는 의협회장 선거에서 전체 의사의 40% 가량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회비 미납자에 대해 투표권을 제한하는 현행 선거 방식은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임총이 소집됐는데, '몸통'은 그대로 두고 곁가지만 처낸 셈이 됐다.
우리는 대의원들의 이번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의협회장 선거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통선거'방식을 취하면서도 회비를 미납한 회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기형적인 형태라는 데 있다. 보통선거란 말 그대로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선거권을 주는 선거 방식이다. 따라서 회비를 내지 않아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보통선거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 직선제 도입 이후 의사협회 회장은 항상 대표성 문제에 직면했었다. 전체 의사의 40%만 투표권을 갖고 있고 그나마 50%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투표율의 선거에서 뽑힌 회장을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외부의 압력에 무기력하게 무너져내리는 것이 의사협회의 현실이다.
그동안 투표권 완화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도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대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노력도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회비납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지속적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투표권자 비율이 30%, 20%로 떨어져도 현행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지 궁금하다. 의사협회와 대의원들은 선거권 완화가 실제로 회비납부율을 높이고 의협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보통선거'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재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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