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리비아사태가 장기화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의 주요투자은행들은 고유가로 글로벌경제성장이 하락함과 동시에 물가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은 석유시장의 구조와 유가 전망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실제로 지난 4월1일 서부텍사스산 5월 인도분 원유 가격이 107.94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9월25일 이후 30개월만에 최고수준으로, 세계경제의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유종
우선 원유는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위치와 원유의 밀도와 유황의 함유도에 따라 분류가 됩니다. 생산되는 위치는 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원유의 정제나 운송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원유는 밀도가 가벼울수록 좋은데 높은 순도의 휘발유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황의 함유량이 낮을수록 정제비용이 저렴하여, 가격이 올라갑니다.
현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와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세계 3대유종으로 국제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준유가 된 이유는 생산량과 거래량이 많으면서도 생산이 독점되어있지 않고 가격 형성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입니다.
WTI
WTI 즉,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미주지역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유종입니다.
WTI는 자원고갈을 대비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내에서만 유통됩니다. API비중은 40도, 유황 0.24%의 저유황 초경질유입니다.
전통적으로 WTI는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가격이 높았으나, 2009년이후 미국 경제불황으로 인한 석유수요의 감소로 요즘은 브렌트유가 가장 비싸고, 두바이유, WTI순으로 되고 있습니다.
브렌트유
다음으로 북해산 브렌트유는 북해의 브렌트, 티슬, 휴톤 등 9개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입니다. 북해 유전은 영국과 노르웨이가 나누어 가지고 있으며, 이 중 브렌트는 영국 소유 유전으로 1975년부터 원유를 생산했습니다.
브렌트유는 API비중이 38도, 유황 0.36% 정도가 함유된 저유황 경질유입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북해산 브렌트유를 쓰며, 아프리카도 이 원유를 수입합니다. 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거래되는 원유가격의 기준이 됩니다.
두바이유
두바이유는 중동지역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걸쳐있는 지역의 원유를 대표하며, 중동의 두바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말합니다.
오만유와 함께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시아 지역의 대표유종입니다.
아시아지역에서 거래되는 석유가격은 모두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입원유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API 비중 31도, 유황 2.04%가 함유된 고유황 중질유입니다.
국제유가의 결정
미주시장은 WTI, 유럽시장은 브렌트유, 아시아 시장은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프리미엄을 더하거나 빼는 등으로 가격이 결정됩니다.
WTI는 3대 석유중에서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가격지표로 가장많이 활용되며, WTI의 가격이 오르면 대체로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WTI는 뉴욕상업거래소, 브렌트유는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 선물로, 두바이유는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에서 현물로 거래됩니다.
국제유가의 전망
그럼, 지금부터 국제유가의 전망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국제유가 등락에는 너무나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므로, 단기적인 가격추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다음 네가지 요인에 의한,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중장기적인 전개양상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석유수요의 측면
첫째, 석유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2009년 7월 중국의 석유 수입량은 1963만톤으로 경기불황에도 2008년 대비 20%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의 1인당 석유소비량은 2007년 기준 한국의 10분의 1이고 연간 석유소비량은 미국의 1/3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1인당 석유소비량이 한국의 수준까지 증가하면 중국의 연간석유 소비량은 미국의 3.5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2007년 이후, 전세계의 석유소비량은 연간 3%씩 증가하여 2015년에는 약 450억 배럴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석유의 연간생산량은 300억 배럴에 불과하여 석유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공급 측면
둘째, 석유공급측면에서 보면 1980년대부터 대형 석유퇴적층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탐사비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WTI의 경우, 2007년 기준, 생산원가가 배럴당 35~40달러 정도인데 중동지역의 생산원가는 10~15달러 이내입니다.
하지만 생산시설을 확충할 경우, 생산원가도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고 비용회수기간도 5년~7년이 걸린다고 하니, 값싼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또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속도보다, 전체에너지 수요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고 비전통적 석유자원의 생산원가가 전통석유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달러환율 측면
셋째, 달러환율 측면에서 보면 2000년대 들어 미국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통화량 팽창정책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석유 등의 원자재가격 상승하였고 투기성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주식시장처럼 유가도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면 적정수준보다 20~30% 이상 초과 상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유가도 배럴당 10달러 정도는 투기자금, 공급불안 등으로 인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 측면
넷째, 물가 측면에서 볼 때 일부 석유 전문가들은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가 반드시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에 유가가 39달러를 기록했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유가는 102~110달러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석유의 희소가치는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현재유가가 물가상승률보다 더 낮게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1리터 생수가격이 1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생수보다 높은 탐사비용과 정제비용이 소요되는 석유가 1배럴인 158리터당 158달러 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석유시장의 구조와 유가 전망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가의 상승이 예견되는 반면, 단기적으로는 현재 리비아사태로 인한 원유공급의 충격이 과거 이란혁명 걸프전 때보다는 높지 않아 비교적 급등국면이 빨리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사우디의 1일 추가생산여력이 370만 배럴로 리비아의 일일생산량인 165만 배럴의 2배를 넘어서고 이미 사우디가 90만 배럴을 추가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 현재 미국원유의 재고량이 역대 최고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석유투자를 시작하기보다는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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