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인문학 교수가 바라본 고대 성추행 사건
고려대 의과대학이 성추행 의대생을 출교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일까.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의과대학에서 의료인문학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들의 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고려대가 동료를 성추행한 의대생 3명에 대해 출교조치 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의대 교수들은 한결같이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또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린 점, 예비 의사로서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서 마땅한 조치였다는 게 상당수 의사의 목소리다.
고대 홈페이지에 게재한 담화문 중 일부.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원장(명이비인후과의원)은 "고대 측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엄밀히 말해 이 같은 인성을 가진 학생은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배 의사 입장에서 볼 때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의대생을 향한 여론의 칼끝은 이보다 훨씬 날카롭다.
고대 측에서 해당 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고민하고 있는 과정에서 퇴학 조치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자 네티즌은 '퇴학'이 아닌 '출교'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압박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의대 교수 일부는 처벌 받아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형평성 측면에선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K의대 A교수는 "학생들이 잘못한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지만, 이제 막 의사가 되려고 준비하는 새싹에게 계도 기회를 줄 것인지, 아예 싹까지 자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퇴학' 혹은 '출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가령 퇴학 처분을 하고 5년간 복학 금지를 하는 등의 절충안을 줄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교수는 "아직 의사가 되지도 않은 학생에게 앞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여론의 화살이 학교로 향하자 논란에 휩싸일까 우려해 여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C의대 B교수 또한 출교 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의료 관련 분야에서 금고형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출교 처분으로 확산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는 마치 성인군자만이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의료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의과대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인문학이 지향하는 귀결점은 윤리적인 부분으로, 의료인문학 교육 또한 최종 목적은 의대 학생들에게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여론에 휩쓸려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계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B교수도 넷심을 바탕으로 한 마녀사냥에 대해 경계하며 대학 내 감시기구를 강화하는 등의 시스템적인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잘못을 했으므로 합당한 처벌은 받아야 하지만, 출교조치가 적절한 처벌 수위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은 "대학은 학생들에 대한 자율정화기능이 살아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의료인문학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 시각은 어떨까.
세승 법무법인 현두륜 변호사는 대학의 출교조치에 대해 합당하다고 봤다.
가령, 기업 내에서도 직원이 성추행 건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문제를 야기했다면 해고를 할 수 있는 만큼 학생 또한 출교 조치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해당 학생들이 출교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법원이 출교 조치가 과했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이들은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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