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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무장한 삼성·아산…병원문화 혁신 견인

발행날짜: 2012-08-17 06:30:13

Back to the 의료계⑥신문화-규모경쟁 촉발 '빛과 그림자'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100% 진료예약제, 질환별 특성화 센터, 종이 차트가 없는 병원, 당일 통원 수술 시스템.

지금은 어느 병원에서나 당연시 되는 이러한 서비스는 1980년대 말에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이뤄낸 것은 막대한 자본과 고객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하는 대기업이다.

1990년을 전후로 재계 1, 2위를 다투던 현대와 삼성이 잇따라 병원업에 진출하면서 병원계는 큰 변화의 바람을 맞이한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환자는 고객이다'라는 모토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병원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고 단숨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100년을 이어온 전통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환자 중심 병원'의 시작…서비스 경쟁 촉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하면서 병원계에 서비스 전쟁이 시작된다.
이들 병원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단숨에 빅5병원으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오랜기간 기업을 운영하며 파생된 '서비스 마인드'가 있었다.

병만 잘 고치면 좋은 병원이라는 과거 개념에서 벗어나 의료 또한 서비스 산업이라는 인식 개선이 시작된 것이다.

1989년 개원한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은 개원 이념을 '환자 중심 병원'으로 세우고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선 접수부터 진료, 수납을 일체화 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국 최초로 환자의뢰 회송센터를 개설해 수술 전후 환자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병원안에 최초로 갤러리를 만든 것도 서울아산병원이다. 1996년 3월 병원 갤러리를 만든 서울아산병원은 현재까지 연 평균 45회의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체계적인 직원관리 시스템도 서비스 경영의 첨병이다.

병원계 최초로 도입된 직원관리 프로그램인 '아산 아카데미'는 지금도 많은 병원들이 벤치마킹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과 동시에 '기다림, 보호자, 촌지'가 없다는 3무(無)경영을 내세우며 의료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초진 환자의 전화 예약도 보편화 되지 않았을 무렵 병원계 최초로 24시간 전화 및 팩스 예약제도를 실시해 반향을 일으켰다.

1995년 11월 국내 첫 실시한 진료비 후불 수납제 또한 기다림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대표적 제도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병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로 새로운 장례문화 창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개원때부터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장례물품 바가지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입관 실명제를 도입해 촌지 문화를 축출했다.

국내 최초로 병원 전산화 시스템의 포문을 연 것도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6년 400억원 들여 PACS, OCS를 구축, 정보화 시스템 완비하면서 국내 최초로 종이없는 병원을 선언했고 이는 환자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단초가 됐다.

이러한 대기업 계열 병원들의 서비스 경쟁은 병원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환자로만 인식되던 내원객들이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각 병원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환자들의 권리 신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 모 교수는 "당시만 해도 환자에게 '씨'를 붙이는 것이 존칭이었지만 삼성서울병원 개원 후부터는 '님' 또는 '환자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의료진이 이 명칭을 바꾸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하면 고착된 문화가 얼마나 단단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는 것 또한 처음 시작할 때는 오히려 환자들이 불편해 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몸집 경쟁 촉매제…병원계 무한 경쟁 서막

이들 병원의 등장은 병원계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몸집 경쟁이다.

2000병상 규모로 성장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개원 당시 1050병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5년후 삼성이 1100병상으로 개원하자 곧바로 2000병상으로 급격히 몸집을 늘렸다.

이러한 규모 경쟁은 다른 병원들의 시설 투자로 이어졌다.

이후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은 계속해서 병상 증축 공사에 들어갔고 2005년부터는 대다수 병원들이 암센터와 특성화센터를 늘려가며 몸집 불리기가 극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은 700병상 규모의 아시아 최대 암센터를 설립해 병상이 1960개로 크게 늘었고 서울아산병원 또한 600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완공하면서 2680병상으로 규모를 늘렸다.

여기에 세브란스병원 또한 새병원을 지으면서 2087병상으로 탈바꿈했고 (구)강남성모병원은 1000병상 규모의 새병원을 지으며 2000병상 대형병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 인해 이들 병원들은 '블랙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전국의 환자들을 유입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만들게 됐다.

이들 빅5 병원이 지난 3년간 거둬들인 진료비 총액은 5조 6932억원으로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 44개소가 청구한 진료비 총액인 16조 6303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개원으로 환자들의 권리가 크게 신장되고 병원 문화가 개선된 것은 분명한 공로"라며 "하지만 자본을 앞세운 규모 경쟁의 씨앗이 됐다는 점에서 그림자도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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