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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가 아무리 공격해도 사이비의료와 싸울 것"

발행날짜: 2013-03-21 06:48:19

명예훼손 소송 당한 충북의대 한정호 교수 "지식인 책무 다할 것"

한방항암제 '넥시아'의 효능이 의심된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충북대 의대 한정호 교수가 비슷한 내용으로 추가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정호 교수는 "합당한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이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면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혀 치열한 법정 싸움이 예상된다.

최근 충북대병원에서 만난 한정호 교수는 "지난 12월 넥시아를 개발한 단국대 최원철 교수로부터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 당했다"면서 "한달 후 최원철 교수 외 5명이 비슷한 내용으로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정호-최원철 교수의 악연은 지난 2011년 한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환자가 돈 내는 마루타? 넥시아의 진실" "넥시아, 한방의 탈을 쓴 의료사기" 등의 글을 게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에게 최근 근황과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최원철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다시 추가 고발을 당했다. 무엇 때문인가.

최근 넥시아 관련 논문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은 적이 있는데 모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이런 내용을 말했다. 최 교수가 이를 문제삼아 추가로 고소한 것이다.

최원철 교수가 넥시아의 효능을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환자 중 5년 이상 생존율은 폐암 28%, 백혈병 73%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 현대의학에서는 폐암 완치율이 7%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부분도 문제가 됐다.

이 문단 바로 뒤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넥시아는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널리 보급돼야 하고 국가의료보험에서도 보장해 환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썼는데도 고소를 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도 의혹을 제기할 수 없게끔 명백한 재갈 물리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에는 최원철 교수 외에 5명이 더 고소인으로 참가했다. 귀찮게 해서 아예 손을 떼게 만드려는 것 같다.

▲경찰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월 8일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3시간 반에 걸쳐 조사를 받고 왔다. 2차 명예훼손 고소 건에 대해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경찰 조사에서 우려되는 점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다. 경찰이 사실 여부보다 게재 글이 한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켰냐는 데 초점을 더 맞추지 않을까 우려된다.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도둑을 보고 '도둑놈 잡아라'고 소리를 쳐도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넥시아의 효능, 효과에 대한 검증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11년에도 최 교수는 넥시아 불법제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의 수사는 넥시아의 효과와 상관이 없는 조사였지만 마치 넥시아가 효능을 인정받은 것 마냥 오해도 낳았다.

글의 게재 이유를 묻는 경찰에게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넥시아가 최소한의 검증 절차없이 고가로 팔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넥시아의 효능, 효과의 검증이 이슈로 부각돼야 한다.

▲최원철 교수의 넥시아뿐 아니라 파동이론, 어혈이론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최 교수를 실제로 만나본 적도, 개인적인 감정도 전혀 없다. 다만 최 교수의 행태가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혈액에서 암을 상징하는 뱀이 보인다는 어혈분석도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하지만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가 없다는 점이 나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다.

지식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는 과학자라면, 의사들보다도 먼저 혈액에서 뱀이 보인다는 어혈분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한다.

나도 암환자였기 때문에 '의료 사기'가 얼마나 환자들을 쉽게 기만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2004년 암 수술을 하고 2005년 항암치료를 받아보니 내과의사인 나조차도 병실에 내걸린 '암 치료' 전단지나 신문의 '기적의 완치'와 같은 문구에 현혹이 됐다.

의학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 환자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한 개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검증 없이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사이비의료나 의료사기의 문제를 짚고 싶었던 것이다. 나 역시 최 교수가 넥시아라는 획기적인 항암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믿고 싶고, 그것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바라는 사람이다.

다만 넥시아의 효능, 효과를 검증해 정말 최 교수 주장처럼 획기적이라면 보험에 등재해서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보게 하고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향후 계획은?

최근 한의원에서 시행중인 최면 가슴 확대술과 침을 이용한 가슴 성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외에도 지속적인 사이비 의료에 대한 고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뜻을 굽힐 생각은 없다. 블로그를 통한 고발 작업은 사회적인 공익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지식으로 봉사해야 한다. 꼭 봉사활동을 가서 육체로 봉사를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사이비 치료법에 기대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 그중에는 치료 기회를 놓쳐 아까운 생명을 잃는 사람도 있다.

이런 환자들의 피해 사례만 줄어든다면 언제까지나 싸우고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놓지 않을 것이다. 이번 소송이 넥시아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이슈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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