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을 두고 정부와 병원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회들 역시 반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를 확대 적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학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 학회들 중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바로 대한산부인과학회다.
이미 산부인과 자체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수가제까지 확대될 경우 생존이 위태롭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학회는 주임교수 회의를 열어 포괄수가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31일부터 진행되는 산부인과 발전모임에서 일선 회원들과 의견을 나눈고 복지부에 대응방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이 결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복지부와 학회간 흔한 간담회조차 진행되지 않은 채 제도가 강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이 포괄수가제로 묶이면 사실상 산부인과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몰린다"며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포괄수가제 유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른 대다수 학회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전문가 단체인 학회와 상의없이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수정체수술이 포괄수가제로 묶일 위기에 놓인 안과학회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안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안과학회는 만약 수정체 수술이 포괄수가제로 묶이면 환자 돌리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안과학회 관계자는 "백내장은 다빈도 질환이라는 점에서 포괄수가제에 포함시켰겠지만 전문가적 입장에서 이는 넌센스"라며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큰 장애가 남는 고난도 수술을 포괄수가제로 묶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서로 중증환자들을 기피하면서 환자 돌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때 가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해도 이미 환자들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황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안과학회는 백내장 수술 등에 대해서도 중증도 보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수술과 중증도 높은 수술에 같은 수가를 매기는 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보완책을 마련한다던 복지부는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며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말은 결국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이를 수습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편도와 아데노이드절제술이 포괄수가제에 적용되는 이비인후과학회도 복지부를 설득할 근거를 만드는데 한창이다.
적어도 중증도가 높거나 최신 의료장비 등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학회 관계자는 "학회가 해야할 일은 결국 학문적 근거를 통해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아니겠냐"며 "편도 절제술 등에 중증도에 따라 투입되는 비용과 인건비 등에 대한 근거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고주파 수술기기 등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수술법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 적용이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며 "이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건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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