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전 부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해 현재 동거녀인 B씨의 유방암 치료에 이용했다. B씨는 200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8년간 총 523회에 걸쳐 5077만원 상당의 진료를 받았다.
#. C씨는 이민으로 건강보험이 없는 언니가 췌장암에 걸려 병원에 가야하자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양도했다. C씨의 언니는 2009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총 50회, 2432만원 상당의 진료를 받았다.
친인척의 건강보험증을 불법으로 대여, 도용한 천태만상 사례들이다.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막상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평가 기능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건강보험증 불법 도용에 대한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신의진 의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건보공단이 제출한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 적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5일 발표하며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5월까지 불법 건강보험증 이용자는 4215명이였으며 그 금액은 39억 35000만원에 달했다. 환수율은 17억 8600만원으로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는 지난해 적발 건수 3만 1494보다도 더 많이 적발될 것으로 보인다. 5월까지 적발된 건수만 해도 1만 9273건이기 때문이다. 적발금액은 4억 5000만원이었다.
신 의원은 "건강보험증 대여나 도용은 지인, 친인척의 동의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후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의진 의원 외에도 류지영 의원, 이목희 의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다수의 의원들이 건강보험증 불법 도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의료기관의 건강보험증 사전 본인확인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계류하다가 회기가 끝나 자동 폐기 됐다.
지난해 3월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진료전 자격 확인제 도입을 상정됐지만 이마저도 통과되지 못했다.
신 의원은 법 개정을 주장하며 "건강보험증 내 사진부착과 같은 본인확인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미 고민했던 내용이다.
공단 관계자는 "대만, 독일 등에서는 전자보험증을 하고 있다. 공단에서도 전자보험증 도입을 검토했었는데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이 제기돼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거기다가 요즘은 환자가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증, 신분증이 없어도 주민번호만 불러주면 진료를 볼 수 있다. 사전 본인확인 절차가 법제화 돼야지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증 불법 도용 차단책은 '심사 업무 이양'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은 최근 국회 류지영 의원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 건강보험증 도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공단이 늘 주장해오던 '진료비 심사권 이양' 카드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공단은 우선 사전 관리를 못하고 있는 시스템상의 허점을 지적했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무자격자에 대한 부당수급 적정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고 급여 적정 여부만 심사해 공단에 지급 통보한다.
공단은 진료비를 요양기관에 우선 지급한 후 사후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점검을 통한 재정 누수방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공단은 "요양기관이 공단에 진료비를 직접 청구하도록 하면 심사 전 자격확인이 가능해 무자격자의 진료비 지급을 사전에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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